검색

잇단 檢 항소 포기, ‘뉴노멀’인가 ‘굴복’인가… “기준 모호” [심층기획]

관련이슈 세계명품관 , 세계뉴스룸

입력 : 수정 :
김주영·안경준·유경민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무죄 판결 항소 2025년까지 71%
과거 ‘기계적 대응’ 비판도 있어
李대통령 제도개선 주문이 전환점

檢 수뇌부 옷 벗은 ‘대장동 사건’
“지울 수 없는 흑역사” 거센 반발
집단 항명 검사 좌천 등 후폭풍

국회 패스트트랙·위례 의혹 포기
대장동 50억·명태균 비리는 항소
권력 눈치보며 선택적 결정 비판
“검찰 입장에서는 죽은(조직이 사라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흑역사로 남을 사건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이 같이 진단했다. 그의 말처럼, 검찰은 대장동 항소 포기를 기점으로 ‘상소(항소·상고)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들에서 어김 없이 상소를 해 ‘기계적’이란 비판까지 받았던 검찰이 최근 여권 인사 관련 사건에서 잇따라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형사 사건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걸 항소, 2심 판결에 불복하는 걸 상고라고 한다. 검찰 안팎에선 “이재명정부 출범 후 ‘무분별한 상소 자제’ 원칙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 전환 등 격변을 앞두고 검찰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알아서 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상흔만 남긴 대장동 항소 포기

 

18일 대검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검찰의 항소율은 71.2%로 집계됐다. 검찰이 형사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판결 10건 중 7건에 대해 항소했다는 뜻이다. 이런 통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상소제도 개선을 공개적으로 주문한 뒤 전환점을 맞고 있다. 법무부는 상소 자제 방침을 천명했고,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소송에서 연달아 항소를 포기했다.

 

정권 초 과거사 소송들에 대한 항소 포기 때만해도 별다른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31일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선고 이후 검찰이 ‘예상 밖’ 항소 포기를 결정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인 5명에 대해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일부 피고인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결해 추징금 액수는 검찰이 본 업자들의 부당이득 규모에 크게 못 미쳤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은 만장일치로 항소를 제기하기로 하고 중앙지검 지휘부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대검 수뇌부가 불허하면서 결국 항소 기한(1심 선고 후 일주일) 내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히 검토하라’는 의견을 전한 것을 두고 외압 논란이 일었고,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의 ‘용산(대통령실)·법무부와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석연 찮은 해명은 검찰 구성원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검과 중앙지검 수장은 사태 책임을 지고 검찰을 떠났다. 그 후로도 항소 포기에 반발하거나 집단 성명에 이름을 올린 대검 간부·일선 지검장·지청장 상당수가 ‘좌천’되고, 일부는 사직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실익 고려” 설명… 편파 논란

 

지난해 11월 1심 선고가 나온 여야 전현직 의원들의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과 12월에 선고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도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거나 ‘반쪽 항소’를 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패스트트랙 사건의 경우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징역형 구형에도 재판부는 모두 벌금형만 선고했는데, 대검 예규상 형종이 달라지면 상소해야 하지만 검찰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은 서해 피격 사건 1심 판결 이후 서훈 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등 ‘곁가지’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하고 무죄를 선고 받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당시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항소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항소 실익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로 불린 위례 신도시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 과정 역시 대장동 사건과 공통점을 보였다. 위례 사건 수사팀은 피고인 전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상급심 판단을 다시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검찰 수뇌부는 법리 검토 끝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항소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가 제시됐다.

 

한 현직 검사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항소 포기는 분명 이례적”이라며 “검찰이 기소했으면 공소유지를 해서 상급심 판단까지 받아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처분의 신뢰성부터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항소 포기는 검찰이 스스로 ‘잘못한 걸 인정한다’고 실토하는 꼴”이라며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에서는 무죄나 공소기각이 선고돼도 즉각 항소하는 모습을 보여 일각에서 ‘선택적 항소’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 부자의 일명 ‘대장동 50억 클럽’ 사건 1심에서 곽 전 의원에게 공소기각이, 아들에겐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사유가 있다”며 항소장을 냈다. 검찰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거래’ 의혹 사건 1심에서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같은 이유로 항소했다.

◆대검, 가이드라인 만든다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상소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검에 꾸려진 ‘상소권 개선 태스크포스(TF)’가 항소·상고 기준이 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대검은 대장동 항소 포기의 여파가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중순 ‘전국 공판부 부장검사 워크숍’을 열어 상소 제도 개선 등을 논의했다. 같은 달 17일 일선 검찰청에 ‘항소 제기시 검토 사항’이란 한 장짜리 문서를 배포했다. 무죄 사건에선 항소심에서의 판단 번복 가능성을, 양형부당 사건에선 구형 대비 선고 형량 등을 점검하도록 한 체크리스트 형태다. 다만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일선에서 기준으로 참고해온 대검 예규를 정리한 수준이다.

해당 검토 사항을 살펴보면 무죄 사건에서는 △1심에서 제출하지 못한 증거 추가 제출로 1심의 증거부족·수사절차 위법 판단을 번복할 가능성 △위증 번복 가능성 △새로운 판례 정립 필요성을 고려해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양형부당 사건의 경우엔 △구형 대비 선고형 △피해자 의사 △항소 시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검찰 출신인 국민의힘 김웅 전 의원은 “대검이 추후 어떤 기준을 만든다고 해도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합리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항소 실익을 고려한다는 것도 웃긴 말인 게, 그럼 검사가 기소할 때부터 기소 실익을 따지고 기소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은 “결국 힘 없는 이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피니언

포토

[포토] 카리나 '눈부신 등장'
  • [포토] 카리나 '눈부신 등장'
  • [포토] 혜리 '완벽한 비율'
  • 설현, 설 연휴 깜짝 근황…눈부신 드레스 자태
  • 신민아, 전지적 김우빈 시점? 수줍은 미소로 새댁 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