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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손뼉을 치지 않았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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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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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 소련(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공산당 대회가 열렸다. 공산당 서기장이자 사실상 소련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사실 손뼉을 치는 행위는 힘이 많이 든다. 너무 오래하면 손바닥이 벌겋게 물들 뿐더러 통증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스탈린을 위한 박수인 만큼 아무도 감히 멈출 생각을 못 했다. 누군가 그만두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무려 11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손을 내린 그 사람은 훗날 당국에 체포돼 강제수용소로 끌려 갔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의 대표작 ‘수용소 군도’(1973)의 한 장면이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의 연방의회 국정 연설에 JD 밴스 상원의장(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인사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의 연방의회 국정 연설에 JD 밴스 상원의장(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인사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11월의 어느 날 조간 신문에 실린 광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그해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는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끝에 KT의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 수원을 연고지로 삼은 KT로서는 창단 이래 첫 우승이었으니 무척 기뻤을 것이다. 그런데 준우승에 그친 두산이 일간지 광고를 통해 경쟁 상대였던 KT를 축하한 것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KT는 “비록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내년 또 한 번의 멋진 경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고에는 두산 선수들이 도열해 박수로써 KT를 축하하는 장면도 담겨 야구 팬들에게 훈훈함을 선사했다.

 

박수가 사실상 금지된 시절이 있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가 대표적이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대형 여객선 승객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은 실종된 가슴 아픈 사고였다. 더욱이 희생자 거의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인 고교 2학년 학생들이었으니 국민이 피눈물을 흘린 것도 당연했다. 추모의 의미로 음악 공연과 지역 축제 상당수가 취소된 가운데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도 손뼉치기를 자제했다. 2014년 5월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글·한국어 세계화’ 포럼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한 이어령(당시 80세) 전 문화부 장관이 박수를 보내는 청중에게 난감한 표정으로 ‘손뼉을 치지 말라’는 뜻의 손짓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의회에서 국정 연설을 하는 동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씁쓸한 표정을 짓거나 트럼프에게 아유를 보내고 있다. UPI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의회에서 국정 연설을 하는 동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씁쓸한 표정을 짓거나 트럼프에게 아유를 보내고 있다. UPI연합뉴스

“오늘 밤 민주당은 손뼉을 치지 않았다.” 24일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의회 국정 연설이 끝난 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민주당은 미국인의 편이 아니다’라는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간다. 백악관은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며 “망상 수준의 증오와 방해 욕구에 사로잡힌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인을 위한 승리를 축하하는 데 동참하길 거부했다”고 꾸짖었다. 연설 내내 공화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야유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냐 민주냐, 보수냐 진보냐, 국제 협력이냐 자국 우선주의냐 등을 놓고 둘로 쪼개져 싸우는 미국 정치 양극화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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