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과제를 평화의 범주로 확장해 온 선학평화상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평화를 기치로 활동해 왔다. 출범 초기부터 수상자 발굴을 위해 세계 각지를 직접 누벼온 남인석 사무총장을 만나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이 상이 추구하는 방향과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우리는 과거의 공로가 아닌, ‘다가올 위기’의 영향력”
-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평화상인 노벨평화상과 비교할 때, 선학평화상만의 차별성은 무엇입니까.
“노벨평화상이 주로 분쟁의 완화와 외교적 리더십을 통해 평화를 조명해왔다면, 우리는 갈등이 일어나기 전의 구조에 주목합니다. 기후·식량·보건의 불평등처럼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평화의 범주로 확장하고, 가장 열악한 현장에서 직접 해결 모델을 구축해 온 실천가들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전쟁의 부재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평화입니다.”
- 다가올 위기를 꼽는다면.
“기후 변화, 식량 불안, 보건 격차 같은 구조적 과제들입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 세대의 안전은 담보될 수 없습니다. 전쟁이 없다고 해서 곧 평화라 말할 수 없습니다.”
- 선학평화상이 구상하는 평화의 범위가 있는지요.
“이상적 평화는 총성이 멈춘 이후의 상태가 아니라, 위기가 폭발하기 전에 구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대표적으로 팬데믹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백신은 누구의 것인가? 부유한 국가의 것인가? 인류 모두의 것인가? 선학평화상이 구상하는 평화는 바로 이런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공재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질서까지를 포함합니다. 평화의 범위는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합니다.”
“화려한 명성보다 실천과 책임의식”
- 수상자 선정 기준은 무엇입니까.
“직책이나 명성보다 삶의 방향을 봅니다.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실제로 서 있었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을 실천하며 묵묵히 현장을 지킨 인물이 우리가 찾는 평화의 얼굴입니다.”
- 한 사람 예를 들어주신다면.
“대표적인 분이 제2회 수상자인 지노 스트라다 박사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스트라다 박사는 이탈리아 의사로서 분쟁 지역에서 무상 의료 봉사를 실천했습니다. 그분은 환자의 국적도, 정치적 입장도 묻지 않았습니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그런 이타적인 선택의 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의 선한 힘과 새로운 플랫폼”
- 정부와 국제기구의 역할로도 충분하지 않은지요.
“공공 영역은 정부와 국제기구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절차의 제약을 받습니다. 시민사회는 상대적으로 유연합니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장점이 있습니다.”
- 그렇다면 시민사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제6회 수상자인 휴 에반스의 경우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시민사회의 선한 힘을 결집시키는 참여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청년들이 휴대폰으로 빈곤 퇴치나 기후 대응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또한 온라인 서명과 메시지 전달, 행동 촉구 등에 동참합니다. 그 참여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대규모 콘서트와 국제행사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을 요구합니다. 개인의 작은 행동이 국제적 압력으로 전환되는 구조입니다.”
-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는지요.
“2012년 이후 이 플랫폼을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공·민간 재원이 약속됐고, 그 재원은 백신 지원과 교육 확대, 식량 지원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민간의 평화 행동이 국제사회의 정책과 예산을 움직인 멋진 사례입니다.”
“청년에게 평화는 현실적 삶의 방식으로”
- 청년 세대에게 평화는 어떻게 다가가야 합니까.
“도덕 교과서처럼 말하면 닿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모델’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세상의 문제에 응답할 것인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변화가 시작됩니다. 수상자들의 삶은 ‘불가능한 이상’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현실’ 입니다.”
“공감이 행동이 될 때, 평화가 됩니다”
-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하게 실적을 쌓아 오셨는데,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전 세계 실천가들이 연결되는 허브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후·식량·보건 등의 불평등이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 끝으로, 선학평화상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타인의 고통이 외면되지 않아야 합니다. 공감이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들이 서로 연결되어 구조를 바꾸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평화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작은 실천이 모일 때 공동체는 스스로 지킬 힘을 얻고, 미래 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평화는 비로소 현실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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