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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쓰나미’ 밀려오는데… ‘매뉴얼’ 없어 우왕좌왕 [사법·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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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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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시행… 조직 내부 대혼란

헌재, 구체적 운영 방안 못 세워
재청구된 재판 담당 등 혼선 예고
구속 등 형 집행 절차도 오리무중

“헌재 사전심사 연구관 8명뿐인데
사건들 모두 감당 가능할지 의문”
전국 법원장, 내일까지 정기회의

개정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재판소원(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가 1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가면서 최근 30일 이내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의 재판소원 청구가 물 밀듯 밀려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제도 도입으로 한 해 최대 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재판취소 사건의 ‘피청구인’이 될 법원 내부는 재판소원을 두고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법원의 어느 주체가 재판취소 사건을 수행하게 될지, 재판이 취소된 뒤 다시 재판을 담당할 법원 심급 및 재판부는 어디인지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다. 실형이 확정된 피고인의 재판소원 중 형 집행을 놓고 혼선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대법원 청사의 모습. 이제원 선임기자
대법원 청사의 모습. 이제원 선임기자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부에선 ‘가보지 않은 길’인 재판소원제 시행을 두고 “헌재도 법원도 준비된 게 없어 막막하다. 난관이 예상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재판소원 사건의 피청구인 격인 법원에서 누가 심판 회부 대상이 될 것인지 정해진 게 없다는 게 우려스러운 지점으로 꼽힌다.

지성수 헌재 사무차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 대상 재판의) 피청구인은 법원이 되지만, 재판장과 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중 누가 심판회부 대상이 될 것인지는 법원이 정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또 법원 측의 의견 진술이 필요할 때는 사건 유형에 따라 해당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 또는 법원행정처 등 관련 법원 기관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 안에선 “판사가 법정이 아닌 외부기관인 헌재에 의견서를 내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판결을 했다’고 진술을 하는 게 재판 독립 원칙에 비춰 봤을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이 취소된 이후 구속 등 형 집행 절차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에서 취소한 재판을 법원에서 다시 진행 중인 상태에서 구속 피고인의 구속기간이 지나면 풀어줘야 할 수도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관련 규정도 없어서 참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규칙이 없다 보니) 결국 대부분 재판사항이라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고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도 안내 책자 정도만 만들어 배포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시당초 국회가 숙의를 거치지 않고 섣불리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헌재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절차를 내놓긴 어려울 수밖에 없고 실무상 불확실성은 예상됐던 바라는 지적이다.

‘사법 3법’ 공포… 전자관보에 게재 11일 전자관보에 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 3법이 게재 예고돼 있다. 이들 법안은 12일 관보 게재를 통해 공포된다. 재판소원·법왜곡죄는 공포 즉시, 대법관 증원은 2년 유예 후 각각 시행된다. 유희태 기자
‘사법 3법’ 공포… 전자관보에 게재 11일 전자관보에 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 3법이 게재 예고돼 있다. 이들 법안은 12일 관보 게재를 통해 공포된다. 재판소원·법왜곡죄는 공포 즉시, 대법관 증원은 2년 유예 후 각각 시행된다. 유희태 기자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단 법 자체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헌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지금 불확실성이 너무 커 헌재가 실무상 규칙을 하나하나 제정해 주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준비된 상태가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전담 사전심사부 연구관) 8명으로 많은 수의 사건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접수 사건을 다 받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고 하는 건 현실성이 부족한 이야기”라며 “사전심사부에서 심판청구서만 심사해서 청구 사유가 부족한 사건은 대거 각하하는 식으로 본안에 올릴 사건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재판소원이 무의미한 절차로 폭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 역시 “재판소원 청구일부터 30일 이내에 사전심사를 마쳐 각하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심사부에서도 시간에 쫓겨 사건을 각하할 것이란 의견이 대체적 전망”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제도 안착을 위한 대응 마련에 나섰다.

전국 법원장들은 12∼13일 충북 제천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를 열고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등 사법 3법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법원행정처는 각 실·국에 재판소원 시행 시 기존 사법 체계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도 정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내용도 법원장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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