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일손 부족 해법은 ‘스마트농사’
지능형 농기계·드론 등 기자재 지원
경운부터 병해충 방제·수확까지 척척
노지·중소농 현장 중심 AI 보급 확산
유통도 AI 기반 혁신… 생산·소득 증대
4세대 진화 땐 ‘사람 없는 농업’ 완성
“지금까지 방제작업은 경운기로 호스를 끌고 다니며 하루 꼬박 일해야 1만평 정도 작업이 가능했는데, 이젠 드론 한 대이면 하루에 10만평도 가능합니다. 일손이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죠.”
경남 함양군에서 30년째 2만4000평 규모의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이홍주(56)씨는 18일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농업’의 효과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정부의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에 참여해 AI 병해충 예찰 드론과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랙터·붐스프레이(날개를 펼쳐 넓게 약제를 분사하는 농기계)를 자신의 농장에 도입·사용 중이다.
AI 병해충 예찰 드론은 초기 설정만 농가에 맞춰 놓으면 양파밭을 수시로 예찰하며 노균병 같은 병해충 발견 시 방제를 진행한다. 그는 “스마트농기계가 재배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생산량이 5% 이상 늘었고, 경영비도 30% 정도 아낄 수 있어서 덕을 많이 봤다”며 “4세대 기술로 진화하면 완전 자동화가 된다던데, 그야말로 ‘사람 없는 농업’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촌이 AI와 자율주행 같은 스마트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 감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농촌이 생산과 소득 유지를 위해 스마트기술이라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씨의 사례처럼 농촌 현장에서 AI가 일손을 대신하고, 생산·소득 증대라는 실제 성과가 나타나면서 정부도 농업 생산부터 유통 등 전 영역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고령화·인력 감소 위기 해법은 ‘스마트기술’
국내 농촌의 현실은 인구 소멸과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빠르게 줄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4년 국내 농가는 112만1000가구에서 2024년 97만4000가구로 13.1% 줄면서 농촌 인구도 275만2000명에서 200만4000명으로 27.2%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14년 39.1%에서 2024년 55.8%로 급증했다.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고령 인구 비율(19.2%)과 비교해 농촌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과 2024년 농촌의 가구유형은 1인 가구(16.6%→23.6%)와 2인 가구(50.4%→57.8%)는 늘었으나 3인 가구(15.8%→11.3%)부터 감소했다. 농촌에 노인만 남았다는 의미다.
이러한 농촌의 상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도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농촌 지역 고령 인구 비중이 2019년 17.5%에서 3년 만에 20%를 넘었고, EU도 2021년 21%에서 2023년 24.9%로 2년 만에 3.9%포인트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주요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 감소 문제를 스마트기술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OECD는 ‘농업의 디지털화’ 보고서에서 AI는 농업부문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면 생산성은 10~20% 증가하고 농업 노동력은 20~4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농업 전환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에서 2023년 15억달러(2조2000억원) 규모인 농업과 결합한 AI 등 스마트기술 시장 규모가 연평균 24.5%씩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지에서 농기계·드론이 농사 ‘무인자율화’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농업·농촌의 AI 전환(AX)을 본격 추진한다. 경영 규모와 여건의 차이로 AI 전환에서 소외되는 농업인이 없도록 노지·중소농 등 현장 중심으로 AI 보급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스마트화가 더딘 노지는 배추·대파 등 주요 품목 주산지에 관수·병해충 예찰 등 솔루션과 기자재를 지원하고, 중소농도 쉽게 AI를 활용하도록 0.5ha(헥타르) 이하 보급형 모델을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영농정보·컨설팅 제공이 가능하도록 농진청 기술·정보를 집약한 AI 에이전트를 고도화해 올해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노지에서 지능형 농기계와 드론으로 농사짓는 무인 자율화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논콩과 밀 등 주요 작물에 특화된 농업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고, 경운·정지부터 파종, 수확까지 단계별로 기술을 구체화해 다양한 작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농업 분야에 특화된 데이터센터도 구축해 공공과 민간의 AI 전환 활성화도 지원할 예정이다.
유통 분야에서도 AI 기반 혁신이 추진된다. 산지 유통 거점인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를 확대하고, 농산물 선별·출하과정에 AI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 판별과 분류 정확도를 높일 방침이다. 실제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한 현장에서는 작업 속도가 20~30% 향상되고, 노동력은 절반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서대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산업혁신연구본부장은 “농촌은 고령화와 인력 감소 속에서 기후변화까지 복합적인 위기 속에 직면해 있어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작은 단위의 농촌부터 소멸될 수 있다”며 “생산성과 소득 증대, 농촌 소멸 등의 측면에서 AI와 자율주행 같은 스마트기술을 빨리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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