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 레오 14세 교황과 만났다. 두 사람은 레바논을 주제로 깊이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은 자국 내에 존재하는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때문에 요즘 이스라엘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제거가 목표”라고 하지만, 무고한 레바논 시민 상당수가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레바논은 과거 프랑스 통치를 받다가 1943년 독립하는 등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위 직후인 2025년 12월 레바논을 방문했던 교황은 마크롱에게 “대화·협상을 통해 평화와 공존이 확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 레오 14세를 비롯해 지금까지 총 267명의 교황이 탄생했다. 그 80%에 가까운 210명은 이탈리아 출신이다. 바티칸 교황청이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점. 교황이 가톨릭 로마 교구의 교구장(주교)을 겸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교황을 많이 배출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 국적의 교황은 모두 16명으로 이탈리아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같은 서유럽 국가들 중에서 독일(6명), 스페인(3명) 등과 비교하면 크게 앞선다. 이는 중세 유럽의 ‘아비뇽 유수’(1309∼1378)라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다.
유수(幽囚)란 한자 그대로 ‘잡아 가둔다’는 뜻이다. 1300년대 초 프랑스 국왕 필리프 4세는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로 교황청과 갈등을 빚었다. 프랑스는 군대를 동원해 교황청을 위협했고, 1305년에는 프랑스인 교황 클레멘스 5세 즉위를 밀어붙였다. 클레멘스 5세가 당시 이탈리아의 어지러운 정세를 이유로 로마행(行)을 주저하자 프랑스 정부는 그에게 남부 도시 아비뇽의 궁전을 거처로 제공했다. 1309년 클레멘스 5세가 아비뇽 새 교황청에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1378년 그레고리오 11세가 사망할 때까지 총 7명의 교황이 아비뇽에 체류했는데, 이들은 모두 프랑스 국적으로 사실상 프랑스 국왕의 지배 아래 있었다.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하지만 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이가 좋지 않다. 미국이 올해 들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이란을 침공하자 교황은 앞장서 트럼프를 비판했다. 미국은 건국 250주년 기념 행사에 교황을 초청했으나, 교황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미 국방부는 최근 주미 교황청 대사를 불러들여 “가톨릭 교회는 미국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선 심지어 약 700년 전의 아비뇽 유수까지 언급됐다고 한다. 트럼프의 독주 앞에 교황청마저 불안에 떨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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