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과 차별점 찾다 우주로”
상영 4일 전까지 후반 작업
루마니아 숲 추격신 ‘압도적’
초반 외계생명체 정체 숨겨
“양파 껍질 벗겨나가는 구조”
“후속 세계관 구상 이미 마쳐
기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처음에는 범죄물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우주까지 가게 됐다.”
나홍진 감독이 신작 ‘호프’를 통해 인간 폭력의 근원을 우주적 공포로 확장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호프’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작품은 비무장지대 인근 항구 마을 ‘호포항’에 외계 생명체가 출현하며 벌어지는 참혹한 폭력 사태를 그렸다.
나 감독은 18일 프랑스 칸 마제스틱 바리에르 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호프’의 출발점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보며 느낀 불길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사는 이 행성 전체에 불길함이 느껴졌다”며 “전쟁이 터질 것 같고, 거대한 폭력이 무자비하게 온 세상을 뒤덮을 것 같은 감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호프’는 폭력을 비롯해 좋지 않은 일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커지는지를 이야기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호포항은 외계 생명체 습격으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한다. 인간을 무차별 공격하는 거대한 생명체와 이를 둘러싼 추격전, 총격 액션, 탱크로리 전복 장면 등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루마니아 레테자트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숲속 추격 신은 특히 압도적이다.
나 감독은 앞선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나온 이야기”라며 “‘곡성’이 초자연적이고 종교적인 부분을 다뤘다면, 전작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 생각하다 이번에는 외계인이 나왔고, 그게 우주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영화는 칸 상영 4일 전까지도 후반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는 “(국내 개봉까지) 한 달 반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손볼 예정”이라며 “사운드, 비주얼 등 각 파트가 거의 전쟁 같은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프’는 초반 약 45분 동안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 초토화된 동네 풍경, 정체 모를 포효, 그리고 이사이를 뛰어다니는 범석(황정민)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공포를 선사한다. 나 감독은 “처음부터 모든 걸 짐작으로 설계하고 만든 작품”이라며 “마치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겨가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외계인의 외형과 특성, 이들이 호포항을 습격한 이유는 영화가 진행되며 서서히 드러난다. 다만 작품은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의도적으로 분산시키기도 한다. 본편 서사와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너절한 코미디와 기이한 삽화 삽입이 반복된다. 이에 대해 나 감독은 “너무 착하고 단순한 구조가 되는 걸 피하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미스터리에만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어서 (인물들이)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외계 생명체 캐릭터는 전 세계 디자이너 수십 명이 참여한 7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됐다. 이들이 사용하는 외계 언어는 언어학 교수와 협업해 고대 언어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호프’에서 드러난 외계 생명체의 면모는 나 감독이 구상한 세계관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 감독은 이미 후속 세계관 구상도 일부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써두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후속편을 만들고 싶고,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자’, ‘황해’, ‘곡성’에 이어 ‘호프’까지 나 감독의 장편 연출작은 모두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다만 경쟁 부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세 작품이 모두 국내 개봉 이후 칸에서 소개된 데 비해, ‘호프’는 영화제를 통한 첫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라는 점에서도 각별하다.
나 감독은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하는 게 이렇게 떨릴 줄 몰랐다”며 “이렇게 기분이 좋고, 영광스러운 순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 부문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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