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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도전 1년 뒤 ‘구속 수감’ 피고인으로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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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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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25년 5월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쫓겨난 직후였다. 대통령 궐위 국면에서 그 권한대행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한 전 총리마저 사임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5·18묘지 입구까지 간 한 전 총리는 광주시민들의 저지에 막혀 입장하지 못하고 결국 되돌아갔다. 그는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외쳤으나 공허하게 들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25년 5월6일 관훈클럽 주최 관훈토론회에 대선 예비후보 자격으로 초청돼 정견을 밝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25년 5월6일 관훈클럽 주최 관훈토론회에 대선 예비후보 자격으로 초청돼 정견을 밝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인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한 전 총리에 관해선 이런저런 미담이 아주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평범한 병사로 군 복무를 한 점이다. 병역 의무 이행 전에 행시에 붙어 정부에서 일하는 남자 사무관들은 군대에 가더라도 장교로 복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 전 총리는 현직 사무관 신분이던 1971년 5월 육군 신병훈련소에 들어가 34개월 뒤인 1974년 3월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고시 합격 후 장교 대신 병사를 선택한 이가 한 전 총리 말고 또 있을지 의문이다.

 

한 전 총리는 50년 가까운 긴 공직 생활 동안 특허청(현 지식재산처) 청장,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주미 대사 등 요직들을 차례로 역임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들 직위 가운데 딱 하나만 지내도 평생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것이다. 과거 전두환정부 시절 교통부·농수산부·내무부 3개 부처 장관을 지낸 고건 전 국무총리가 ‘직업이 장관’이란 얘기를 들었는데, 한 전 총리의 ‘스펙’은 이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2025년 11월 재판 출석을 위해 변호사 등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3년, 2심에선 15년을 각각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2025년 11월 재판 출석을 위해 변호사 등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3년, 2심에선 15년을 각각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연합뉴스

2024년 12월3일 밤은 한 전 총리에겐 운명의 시간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한 전 총리가 목숨을 걸고 반대했다면 12·3 사태는 없었을까. 계엄이 실패로 끝난 뒤 ‘선배’ 국무총리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를 겨냥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국무회의 자리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뒤 상고해 대법원 판단만을 기다리는 한 전 총리의 속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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