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안전 정책 화두…"일 잘할 사람", "아이가 잘 자라길"
3일 오전 6시 전국 1만4천288개 투표소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다.
시민들은 새벽부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각자 지정된 투표소로 향했다. 동사무소나 학교 등 관공서부터 태권도장까지 장소는 다양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8동 '현대태권도'는 이날 하루 이색 투표소가 됐다. 투표 시작 30분 전인 오전 5시 30분부터 시민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차길자(79) 어르신은 "오전 4시에 일어나 식물에 물을 주고 왔다. 일찍 투표하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작년에도 쭉 여기 태권도장에서 투표했다. 집이랑 가깝고 넓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줄을 선 계단에는 도복을 입은 아이들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 사진이 아니면 태권도장인 걸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투표소로 흠잡을 데 없었다.
푹신한 바닥에는 흰색 시트가 깔렸고, 거울도 모두 하얀 천으로 가렸다.
양복 차림으로 아내와 방문한 배정수(90) 어르신은 "시원할 때 투표하려고 일찍 나왔다"며 "남은 하루는 부인과 맛있는 걸 먹고 돌아다니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작구 상도4동 주민센터 투표소에는 오전 6시 전부터 40여명 이상이 줄을 섰다.
흰머리에 허리가 굽은 할머니부터 러닝복을 입은 30대까지 다양했다.
새벽부터 대기 줄이 길어지자 "줄이 안 줄어드는 이유가 있느냐", "한참을 서 있었다"며 항의하는 일부 시민도 보였다.
20대∼40대 직장인이 대거 몰렸던 사전투표 때와 달리 대체로 한산한 투표소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러한 투표소는 대체로 중·장년층 유권자들이 많았다.
오전 5시 35분께 잠실5단지경로당 투표소에서 만난 한 80대 어르신은 "낮에 오면 더울까 봐 일찍 왔다"며 "잠실에서만 40년을 넘게 살았는데 재건축된다고 말만 오래돼서 이제 큰 기대도 없다"고 했다.
이어 "나이가 많이 드니 오히려 집을 팔 때 세금이 걱정"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이제 이 동네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오전 6시 30분이 되자 줄은 5명 남짓으로 줄었다. 이모(75)씨는 "재건축 기대만 주고 계속 실망하게 해서 부동산 정책을 꼼꼼하게 보고 골랐다"고 귀띔했다.
한 70대 어르신은 실물 신분증이 아닌 휴대전화로 찍은 신분증 사진을 제시하다 투표가 막혔다. 그러자 투표소 관계자에게 "이게 나라냐"며 욕설하기도 했다.
유권자는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모바일 신분증은 화면 캡처 등은 인정되지 않으며 현장에서 앱을 실행해 확인한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현장과 가까운 중구 소공누리센터에는 대기가 거의 없었다. 인근 거주민이 많지 않아 사전투표가 많다는 게 투표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어르신도 있었다.
이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한 소공동 주민 엄기수(75)씨는 "사전투표가 취지는 좋은데 말썽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엄씨는 "일 잘할 사람을 생각하며 서울시장을 뽑았다"며 "서소문 고가 아래 열차가 지나갈 때 무너졌으면 수십 명이 다치고 죽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화경(64)씨는 "사전투표는 사실 잘 믿지 못해서 항상 본투표를 한다"며 "손주가 5명이나 돼서 안전 관련 정책도 고려했다.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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