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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아니면 뭐냐”… 유권자·선관위, 투표함 반출 대치 [6·3 국민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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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채명준·안승진·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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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투표지 부족 사태

극우 유튜버 등 400여명 모여
서울 잠실7동 투표소서 충돌

보수성향 짙은 지역 위주 발생
선관위 의도적 개입 목소리도
국힘 “중대한 참정권 침해해”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이어
치명적 선거관리 부실 또 노출

“개표 중지, 부정선거.” “송파가 무효면 다른 곳도 무효다.”

 

3일 오후 9시40분,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 7동 제2 투표소를 둘러싼 400여명의 사람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성난 유권자와 부정선거론자, 극우 유튜버들이 투표함 반출을 막으려고 투표소로 몰려들었다.

 

시민들 한밤까지 대치 제9회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 무효를 주장하는 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송파·강남·광진 등 서울 시내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뉴스1
시민들 한밤까지 대치 제9회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 무효를 주장하는 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송파·강남·광진 등 서울 시내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뉴스1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에 서울 일부 지역 유권자들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면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강남·광진·동작구 등 서울 시내 10여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결국 투표용지를 못 받아 정해진 투표시간을 지키지 못한 유권자들을 위해 일부 지역 투표소는 투표시간을 연장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 마감시각 이후 유권자에게 ‘대기표’를 나눠주는 식으로 대응했다. 뒤늦게 각 지역 선관위가 지퍼백에 담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보내 투표를 재개하자, 일각에선 ‘지퍼백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앞서 한 남성은 “1시간40분을 기다리다 아내는 몸이 안 좋아 먼저 들어갔다”며 “투표권을 도둑맞은 느낌”이라고 억울해했다. 이날 오후 4시45분 투표소에 도착했지만 투표용지가 떨어졌다는 선거관리원 설명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대기하다가 선거 마감 30분가량을 남기고서야 투표한 유권자도 있다. 그는 “선관위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장된 투표시간인 오후 10시가 지나자 투표함을 회수하려는 선관위원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 사이 대치가 시작됐다. 시민과 선관위 간 갈등 중재를 위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시민들이 투표소 정문과 뒷문을 모두 봉쇄하며 대치는 이어졌다. 보수 성향이 짙은 잠실 지역 위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것을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도적 개입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잠실 7동은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가 24.36%, 김문수 후보가 65.50%를 득표할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한 남성은 “이게 부정선거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투표도 못하는 나라가 무슨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여성은 “여기가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투표를 못하게 해서 보수 후보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투표용지를 조금 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지 대신 대기번호표 든 유권자들 제9회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6시를 넘겨서까지 대기번호표를 든 채 투표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서울 송파·강남·광진·동작구 등 서울 시내 10곳 이상의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연합뉴스
투표지 대신 대기번호표 든 유권자들 제9회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6시를 넘겨서까지 대기번호표를 든 채 투표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서울 송파·강남·광진·동작구 등 서울 시내 10곳 이상의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연합뉴스

잠실에서 20년째 거주 중이라는 40대 주부 이모씨도 이날 오후 7시가 다 돼서 겨우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투표시간인 오후 5시15분쯤 투표소에 도착했지만 투표용지가 부족해 대기표 78번을 받고 1시간 이상 기다려 겨우 투표한 것이다.

 

이씨는 “제가 개표 이후에 투표한 거라 개표 결과에 제대로 반영이 될지 불안하다”며 “기존에는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설마 하는 마음 정도였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의심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일부 시민의 항의는 이어졌고 야당은 선거 개표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선거 연기를 요구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한 투표권 침해, 참정권 침해”라며 “투표용지를 다른 곳에서 급하게 이송해 오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투표지 관리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원내대표는 “이것은 단순히 선관위에서 사과한다고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며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따라 선거를 연기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직선거법 196조에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의 경우 관할 선거구 선관위원장이 지자체장과 협의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수백, 수천 표 단위로 용지 부족이 발생했다면 그 자체로 어떤 개표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의미가 크다”면서 “개표를 우선 중지하고 중앙선관위원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이 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 및 지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개 숙인 선관위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진행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개 숙인 선관위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진행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9시 경기 과천청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했으며 해당 투표소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22년 대선 사전투표 당시 ‘소쿠리 투표’에 이은 치명적인 선거관리 부실을 노출하며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에도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는 투표자들이 부정선거를 의심하며 소란을 피우거나 선거관리원을 폭행하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경찰은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업무체계인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가용 경력 6만5369명을 전국 1만4288개 투표소에 투입해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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