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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가 60세에 이르러 ‘관계의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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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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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왕좌에서 내려와 매일 아침 운동화 끈을 묶는 일, 그 묵묵한 반복이 그를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배우 차인표가 환갑을 앞두고 ‘관계의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과거의 명성이나 막연한 미래의 불안 대신 그는 이제 자신을 지탱하는 일상의 질서에 집중한다. 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서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30년 넘게 대중의 기대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 온 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다잡아 왔는지에 대한 증언이다.

30년간 대중의 기대를 짊어졌던 배우, 이제 타인의 시선이라는 허상을 걷어내고 자신만의 보폭으로 걷기를 선택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30년간 대중의 기대를 짊어졌던 배우, 이제 타인의 시선이라는 허상을 걷어내고 자신만의 보폭으로 걷기를 선택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차인표의 시작은 스타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업인 아버지의 가업을 잇길 바랐던 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그는 확신 없는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했던 청년이었다. 대학 입학 원서를 쓰던 날, 경쟁률이 미달인 학과를 찾아 눈치작전을 펼치던 1시간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땀 범벅이 된 채 원서를 들고 나오던 아버지의 헝클어진 머리를 보며 그는 ‘공부를 못하는 게 부모님께는 불효가 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날의 죄송함은 그를 채찍질하는 동력이 되었다. 미국 유학 시절 자존감이 낮아지던 때,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기업인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부족함 없이 자랐으나 그는 오히려 그 환경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갈망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의 손으로 생활을 해결해 보는 경험은 화려한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던 그의 첫 번째 시험대였다. 주방장에게 배운 팔굽혀펴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1500개씩 해낸 것은 단순히 몸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투쟁이었다. 훗날 영주권을 포기하고 현역으로 입대한 선택도 이러한 자기 절제의 연장선에 있다.

1500개의 팔굽혀펴기를 반복하는 루틴은 그를 대중의 평가와 분리하는 일종의 방파제였다. 차인표 SNS
1500개의 팔굽혀펴기를 반복하는 루틴은 그를 대중의 평가와 분리하는 일종의 방파제였다. 차인표 SNS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불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쉬리’를 거절하고 선택한 작품들이 흥행 참패라는 혹독한 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를 상징하던 백마 탄 왕자의 이미지를 스스로 비틀었다. 38세에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감행하거나, 발기부전을 겪는 무력한 중년을 연기한 것은 배우로서 자신의 위치를 냉철하게 객관화한 결과였다.

 

그가 보여준 회복력은 성공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작품의 성패와 무관하게 주저앉지 않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운동화 끈을 묶는 반복에 있다. 그는 “오늘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이 나를 살게 한다”고 말한다. 이는 대중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스타가 아니라 매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차인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다.

 

이러한 집중력은 글쓰기로 이어졌다. 2009년 첫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 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수상하고 자신의 작품이 옥스퍼드대 필수 교재로 선정되기까지 담담히 자기만의 보폭을 유지했다. 무대 아래에서 써 내려간 이 시간들은 그가 더 이상 과거의 이름 뒤에 숨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직시하는 법, 그 해답은 무대 위가 아닌 일기장과 활자 사이에 있었다. 차인표 SNS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직시하는 법, 그 해답은 무대 위가 아닌 일기장과 활자 사이에 있었다. 차인표 SNS

인맥이 곧 능력인 연예계에서 차인표는 관계의 재편을 선택했다. 그는 “조건이 바뀌면 멀어지는 인연에 상실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삶의 중심을 잡는 독립을 선언했다. 이러한 내면의 단단함은 대외적인 행보로 이어졌다. 봉사활동 초기 보여주기식 행동에 그쳤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진심으로 아이들과 마주하기 시작했던 경험은 그가 자신의 소신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약 근절이나 소외 계층을 위한 운동에 꾸준히 앞장선 것 또한 대중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구체화해 온 결과였다.

 

그가 20년째 매일 일기를 쓰고 잠들기 전 책을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분씩 써 내려간 일기는 기억의 왜곡을 막고 스스로를 직시하게 만드는 개인의 역사가 되었다. 그가 말하는 진짜 실패는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문턱 앞에서 머뭇거리다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태도 그 자체였다.

과거의 명성을 비워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명료한 의지뿐이다. TKC PICTURES 제공
과거의 명성을 비워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명료한 의지뿐이다. TKC PICTURES 제공

이제 차인표의 목표는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50대가 넘어서도 바디 프로필을 촬영하고 매일 최소 1시간의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 20년의 성실한 누적이 증명하듯 그는 스스로의 의지로 삶의 질서를 정돈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에게 환갑은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로 걷기 시작한 기준점이 되었다.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타인의 시선은 흐려지고 오직 내가 쌓아온 기록의 무게만이 나를 지탱한다는 그의 깨달음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침이다.

 

그는 더 이상 타인의 박수를 좇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기준을 지키며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인연에 좌우되기보다, 결국 나를 붙잡아 주는 것은 매일의 반복과 자기 확신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60세 차인표의 고백에서 읽어야 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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