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경력 증명서도 오류투성이
관제사·정비사 음주관리도 허점
현대전에서 군사적 목적을 가장 빠르게 달성하는 수단을 꼽으라면, 공군력을 지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정밀유도무기를 사용해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공군의 활동은 아군에는 든든한 동반자로, 적군에는 죽음의 사신과 같은 존재다. 따라서 항공작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처럼 중요한 공군력을 유지·발전시키려면, 공군을 구성하는 조종사와 지상요원에 대한 훈련과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세계 최강 스텔스기인 F-35A도 숙련된 조종사와 정비사·무장사·관제사 등이 없다면 고철더미에 불과하다.
첨단 무기를 대거 보유한 한국 공군은 어떨까. 지난 17일 공개된 감사원의 공군본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인력 관리 측면에서 적지 않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사 관리 문제…유지비행 훈련도 허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자진해서 전역한 숙련 조종사는 896명이다.
조종사 유출이 지속되면 공군에 남은 조종사들을 체계적으로 훈련·관리해서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시는 평시보다 출격횟수가 증가한다. 이에 따른 항공전력 공백 가능성을 방지하려면 전투조종사 외에 비(非)비행부대 근무자도 조종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非)비행부대 근무자에 대한 체계적 유지비행이 필수다.
하지만 비(非)비행부대 근무 인원에 대한 유지비행 관리 실태를 보면, 허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유지비행은 비행숙련도 유지를 위해 분기에 1회 이상 하도록 되어있다.
감사원 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2024년 유지비행 인원은 3651명으로, 1만2988회의 유지비행이 이뤄졌다. 수당도 208억여원이 지급됐다.
표면적으론 유지비행이 잘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유지비행 대상자는 유사시 실제 작전환경에 즉각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주기종으로 유지비행을 하고, 비행시간도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2021∼2024년 유지비행 적정성을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유지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드러났다.
F-15K가 주기종인 인원에 대한 유지비행 1673회 중 628회(37.5%)만 주기종으로 했고, F-4가 주기종인 인원에 대한 유지비행 1640회 중 151회(9.2%)만 주기종으로 유지비행을 했다.
F-35A와 F-15K와는 속도, 중력가속도, 추진체계 등이 다른 KT-100 입문훈련기 등을 유지비행에 사용하거나, 비행시간이 매우 짧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KF-16이 주기종인 A씨는 2024년 5월 29일 KT-100으로 3분간 유지비행을 실시하고 221만1000원의 수당을 받았다.
C-130 수송기가 주기종인 B씨는 2023년 2월 3일 KT-100으로 2분간 유지비행을 하고 128만4000원의 수당을 지급받았다.
F-4가 주기종은 C씨는 2022년 9월 27일 T-11로 5분간 유지비행을 하고 221만1000원의 수당을 받았다.
T-11은 북한의 AN-2기 침투 대비 가상적기 훈련 및 특수요원 수송용으로 사용하는 구소련 AN-2 수송기다. 1940년대에 개발된 기종이다.
이처럼 기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유지비행 시간이 짧은 사례가 적지 않다.
유지비행 시간이 5분 이하인 사례는 2021∼2024년 112회에 달했다. 30분 이하의 사례까지 감안하면 3589회다. 육군의 최소 비행훈련시간 기준(분기별 1회 30분 이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감사원은 “공군본부가 명확한 기준이나 절차 없이, 유지비행 대상자 이동거리 등 편의성을 고려해 분기별 유지비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원인”이라며 “전시 또는 유사시 군의 작전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행훈련증명서 기록도 오류
공군본부는 조종사가 항공업무 관련 자격증명시험 응시 등을 위해 비행경력증명서를 발급한다. 인적사항과 항공기 형식, 착륙 횟수, 비행시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공군본부는 비행경력증명서를 통해 조종사 경력과 숙련도를 파악하고, 경력관리의 기초자료로 쓴다. 따라서 증명서 내용이 정확해야 인사관리도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2023∼2025년 3월까지 발급된 비행경력증명서 3214건 중 대외기관 제출을 위해 발급된 812건을 점검한 결과, 정상발급된 증명서는 156건에 불과했다.
D씨가 2023년 3월 27일 발급받은 증명서는 비행시간이 실제(910분)보다 5만1750분이나 많게 기재됐다.
E씨에게 2023년 2월 17일 발급됐던 증명서엔 실제(9만1539분)보다 6만3576분이나 적게 기록됐다.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
감사원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특정 기종(KF-16 성능개량)의 비행시간 데이터가 C4I에서 증명서 발급 체계로 연계되는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한 것을 지목했다.
공군은 2020년 11월부터 KF-16 성능개량형(KF-16CU/DU)을 기존 기종과 별도로 C4I에 비행시간을 입력·관리하면서 발급체계와 연동되는 데이터베이스에는 반영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해당 기종에서 비행시간이 누락됐다. 공군은 지난해 2월 문제를 인지하고 오류를 수정했다.
이밖에도 제외해야 할 후방석 비행시간을 삭제하지 않거나, 인정해야 할 비행시간을 잘못 삭제하기도 했다. 원인 불명의 시스템 오류도 일어났다.
감사원은 “공군본부에서 부정확한 비행경력증명서가 발급되어 조종사의 비행숙련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못해 인력 관리의 적정성이 저하되는 등 행정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음주측정 미비 문제까지
항공 분야에서 음주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음주로 인한 조종사의 판단력 저하는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음주 상태의 관제사는 항공기의 이착륙과 비행 절차를 무너뜨릴 수 있다. 정비사가 음주를 하면 항공기 결함 위험이 높아진다.
호주교통안전국(ATSB)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은 계기 판독·날씨 해석 등 복합적 정보처리 능력 저하, 비상 상황 시 대응 능력도 저하된다. 그렇지만 ‘나는 괜찮다’는 착각을 한다.
숙취도 위험하다. 실제로 미 스탠퍼드대에서 1986년 미 해군 P-3C 해상초계기 조종사 10명에게 음주 14시간 후에 비행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더니 거의 모든 영역에서 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민간항공사에선 항공 관계자들의 음주 여부를 점검하고, 적발 시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 비행이 무사히 이뤄졌어도 처벌이 내려진다.
한국 공군은 어떨까. 공군은 조종사·관제사는 업무 전 음주측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 0.02%를 넘으면 업무를 취소한다. 정비사는 관리자가 업무 전 숙취 등을 매일 확인해서 필요 시 작업 금지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관제사는 2024년 4월부터 국토부·민간항공사에서 쓰는 지문·안면인식 음주측정 시스템을 도입해서 측정 결과를 자동기록하고 있으나 제도적 허점도 있었다.
관제사가 음주측정을 통과하지 못했는데도 업무를 수행한 사례가 있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2월 26일∼8월 26일 음주측정 미통과자 중 관제업무를 수행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9건이 적발됐다.
이들 중 일부는 구강청결제 사용 후 측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재측정이나 다른 음주 측정기기로 검사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정비사는 3개 부대가 음주측정기를 구매해서 불시점검을 했지만, 그외엔 자진신고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러다보니 허점이 발생했다.
정비사 F씨는 2022년 7월 28일 오전 1시6분 경찰 교통단속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 상태로 적발되고도 즉각적인 자진신고 또는 정비관리자의 숙취 상태 확인 없이 같은날 오전 8시부터 정비업무를 했다.
F씨가 자진신고한 시점은 다음날이었다.
G씨는 2023년 6월 29일 오전 7시35분 음주측정에서 적발됐다. 하지만 25분 뒤인 오전 8시에 정비업무를 시작했다.
자진신고 없이 근무하던 G씨는 오전 10시 익명의 제보로 군사경찰이 현장에서 단속·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74%가 나왔다. 두 사례 모두 항공기 정비 문제로 인한 결함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감사원은 “공군참모총장은 안전하고 원활한 항공작전과 운항질서 유지를 위해 조종사, 관제사, 정비사 등 항공종사자가 주류 등의 영향으로 항공업무를 정상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업무에 종사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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