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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중계권을 가져가면 성적이 왜 안 좋을까…JTBC 중계권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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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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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굵직한 국제대회 중계권을 사서 나선 경기마다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축구·야구 팬들 사이에선 이른바 ‘JTBC 중계권 징크스’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201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독점 중계에서 시작된 이 징크스는 이후 JTBC가 돈을 들여 확보한 대형 축구·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들로 영역을 넓히며 하나의 팬덤 서사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까지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하자 ‘JTB 중계권 징크스’에 더 큰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 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몬테레이=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몬테레이=연합뉴스

◆2013 WBC, 첫 단독 중계가 ‘조별 탈락’으로 끝난 날

 

징크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늘 2013년 WBC가 등장한다.

 

JTBC는 당시 WBC 중계권 판매사와 계약을 맺고 예선과 본선을 합쳐 39경기를 국내에서 단독 중계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국제야구대회의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게 된 순간이었다.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2006년과 2009년 WBC에서 한국은 4강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야구의 강호로 자리 잡았고, 덕분에 “3회 대회에서는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JTBC가 화면을 책임진 3회 대회의 결말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전 대회에 비해 성적이 급락한 그 시점에 맞춰 JTBC가 처음으로 WBC를 독점 중계했다는 사실은 팬들 기억 속에서 강한 상징으로 남았다.

 

“첫 단독 중계한 WBC에서 바로 조별 탈락이라니”라는 허탈함이 쌓이면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회를 ‘JTBC 징크스의 1막’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축구에서도 이어진 ‘큰돈 쓴 무대마다 기대 이하’

 

징크스는 야구에서 끝나지 않았다. JTBC가 축구 중계권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발을 넓히면서 ‘JTBC 중계권 징크스’는 다른 종목으로 확장됐다.

 

JTBC는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계약하며 해외파 스타들이 뛰는 리그를 안방에 전하는 채널이 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이적해 분데스리가 무대를 떠났고, 지동원과 구자철의 경기력도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였다. 기대했던 ‘분데스리가 코리안 리거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셈이다.

 

이어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JTBC가 독점 중계했으나, 조별리그에서 K리그 소속 세 팀이 탈락했고 16강에서 남은 K리그 팀들마저 모두 탈락했다.

 

반면 중계를 맡지 않았던 앞선 2016년 ACL에서는 K리그 팀인 전북 현대 모터스 FC가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팬들 사이에서는 “JTBC가 중계권을 사면 유독 성적이 꺾인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2017 AFC U-19 여자 축구 선수권, 2018 AFC 여자 아시안컵 역시 JTBC가 중계권을 가져간 대회였으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하키, 유도, 테니스까지 중계 종목을 넓혔지만 ‘JTBC 중계권 징크스’는 끊기지 않았다.

 

특히 테니스에서는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다.

 

2018 호주 오픈에서 정현은 노바크 조코비치 등 쟁쟁한 선수들을 잇달아 꺾고 4강에 진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JTBC 본채널과 JTBC3에서 동시에 생중계를 하던 페더러와의 준결승에서 정현이 부상으로 기권패를 선언했다.

 

이후 2019 호주 오픈에서는 2회전, 같은 해 US 오픈에서는 3회전에서 조기 탈락해 ‘중계가 붙으면 항상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아쉽게 꺾인다’는 인식에 불을 지폈다.

 

◆월드컵·올림픽까지 이어진 ‘JTBC 중계권 징크스’

 

‘JTBC 중계권 징크스’는 월드컵과 올림픽 무대에까지 이어졌다.

 

JTBC는 2025 FIFA U-20 월드컵을 독점 중계했으나 조별리그에서 부진 끝에 조 3위로 간신히 턱걸이로 16강에 진출한 뒤 모로코에 패하며 탈락했다.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2023 U-20 월드컵 4위 등 최근 두 개 대회 연속 4강에 오른 이전 성적과 비교하면 뚜렷한 뒷걸음질이다.

 

독점 중계한 2025 FIFA U-17 월드컵 또한 32강에서 대한민국이 탈락했다.

 

같은 대회에서 북한은 16강, 일본은 8강까지 진출하며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JTBC에서만 중계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메달 효자 종목 중 하나인 남자 쇼트트랙이 12년 만에 노골드를 기록했다.

 

반면 쇼트트랙과 시간대가 겹쳐 JTBC 본채널에서는 1차 도전만 잠깐 중계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는 최가온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잘하는 종목은 본채널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금메달 경기는 채널 보급이 낮은 곳에서만 나왔다”는 비판이 겹치며 시청자들의 불만은 커졌다.

 

현재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에 직행할 수 있었던 조별리그 3차전 남아공전에서 한국은 0–1로 패하며 결국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WBC에서의 조별 탈락 기억 위에 월드컵·연령별 대표팀 부진, 올림픽에서의 노골드가 겹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JTBC가 중계권을 사서 나선 큰 경기만 가면 성적이 안 풀린다’는 직관적인 문장이 퍼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이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몬테레이=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이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몬테레이=AP연합뉴스

◆‘비싼 중계권 + 부진한 성적’이 만든 징크스 서사

 

‘JTBC 중계권 징크스’는 단순히 패배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중계권 비즈니스와도 맞물려 있다.

 

JTBC는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1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상파 3사와의 재판매·협상으로 비용을 일부 회수하는 구조를 택했다.

 

문제는 성적이다.

 

대표팀이 토너먼트에서 깊게 올라가고 극적인 경기를 만들어야 시청률과 광고 매출이 오르는데, 불안한 경기력과 패배가 이어지면 축구 열기가 식고 비용 회수에도 부담이 커진다.

 

일본과 국내 매체가 잇따라 “중계권료 일부 미납으로 토너먼트 이후 중계가 중단될 수 있다”는 보도를 내고, JTBC가 이를 부인하는 해명까지 내놓는 과정은 ‘징크스’ 서사를 더 자극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공이 굴러가는 그라운드 안팎이 모두 불안하다.

 

경기 안에서는 대표팀이 크게 지거나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 반복되고, 경기 밖에서는 중계권 논란과 재무 위기설이 나온다.

 

그 모든 장면을 담아내는 화면의 주인이 JTBC라는 점에서 “비싼 돈을 들여 중계권을 사면 팀은 성적이 부진하고, 방송사는 흥행과 재무에서 고생한다”는 인식이 징크스라는 이름으로 응축됐다.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모습. 뉴시스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모습. 뉴시스

◆징크스와 현실 사이

 

냉정하게 따지면 경기 결과와 중계권 보유 여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

 

2013 WBC 조별 탈락도, 북중미 월드컵 평가전에서의 대패와 32강 진출 실패도 근본 원인은 대표팀의 전력·전술·준비 과정에 있다.

 

어느 방송사가 중계권을 샀든 골대 크기나 상대 전력은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JTBC 중계권 징크스’라는 표현이 힘을 얻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장 아프게 기억되는 실패를 기록한 대회(2013 WBC)를 JTBC가 처음으로 독점 중계했고, 그 뒤로도 JTBC가 비싼 중계권을 들고 나선 대형 축구·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 팀은 유독 기대 이하 성적을 반복했다.

 

여기에 성적 부진과 중계권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며 ‘비싼 판을 깔면 경기·사업 모두 꼬인다’는 팬심의 서사가 완성됐다.

 

결국 ‘JTBC 중계권 징크스’는 “JTBC가 중계권을 산 굵직한 경기·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의 나열 위에 팬들의 실망과 농담, 그리고 중계권 비즈니스의 불안이 겹쳐 만들어진 집단적 징크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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