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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닥터가 암 진단, 신약 개발까지… 의료 패러다임 바꾼다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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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h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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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정밀의료 시대

병리 영상 분석해 질병 판별하고
수억개 후보 중 신약 물질 찾아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도 최적화
美·中·유럽 등 미래산업 육성 경쟁

신약개발 시장 규모 2026년 약 40억弗
LG·SK 등 국내 기업들도 경쟁 가세
정부도 AI를 바이오 산업 핵심 판단
“2035년까지 신약 개발 속도 10배 ↑”

오진 등 책임 논란 시급한 과제로
현행 법체계상 명확한 기준도 없어
특정 인종 등 데이터 편향 우려도
“신뢰 갖춘 평가체계·DB 구축 시급”

암 진단에 몇 주가 걸리고 신약개발에 10년 이상 필요하던 의료현장이 인공지능(AI) 덕에 빠르게 바뀌고 있다. AI가 병리 영상을 분석해 암을 진단하고, 수억개의 후보물질 중 신약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찾아내며,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까지 최적화하고 있다.

 

AI와 바이오의 융합은 의료 체계도 바꾸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의 유전정보와 생활습관을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는 정밀의료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은 발 빠르게 AI 바이오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며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한국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제도가 따라주질 못하면서 기술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오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데이터 편향이 의료 불평등을 키우지는 않는지, 환자 개인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AI가 신약개발 속도 바꾼다

4일 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AI는 후보물질 탐색과 단백질 구조 예측, 독성 분석, 임상 대상자 선별 등 신약개발 전 과정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시장 규모가 올해 약 40억달러에서 2035년 439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신약개발의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정밀의료 AI ‘엑사원 패스’는 출시 이후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주요 암종의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인 76.7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와 공동 개발 중인 ‘암 에이전틱 AI’는 조직 분석부터 치료 전략 수립까지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AI·바이오·클린테크(ABC)를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바이오팜은 AI를 활용해 난치성 암 표적 단백질인 ‘ROR1’에 결합하는 초기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통상 1∼2년 걸리던 초기 탐색 과정을 약 5개월로 단축하며 AI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유한양행은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Yu-NIVUS’를 구축해 후보물질 설계와 선별, 합성 가능성 예측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미약품도 자체 AI 플랫폼 ‘HARP-pSAR’를 활용해 도출한 비만 신약 후보물질(HM17321)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AI를 바이오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본다. 정부는 ‘K-문샷 AI 신약 미션’을 통해 2035년까지 신약개발 속도를 현재보다 10배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세계 3위 수준이지만 글로벌 의약품 시장 점유율은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 이후 임상 성공률을 높이고 개발 비용을 줄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K-문샷 AI 신약 미션 현장 의견수렴회’에서 AI 신약 미션 총괄지휘자인 남진우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우리나라 신약 파이프라인은 양적으로 세계 3위 수준에 올라섰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2035년까지 신약 발굴 속도를 10배 높여 난치병 극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밝혔다.

병원과 의료현장에서도 AI는 진단을 보조하고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의료 AI의 상용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의료 AI 전문기업 제이엘케이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AX-Sprint)’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AI 기반 뇌졸중 영상분석 솔루션을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해 임상적 유효성과 활용성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도 의료 AI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AI-Rad Companion Chest CT’는 폐와 심장, 대동맥, 척추 등 주요 흉부 장기를 동시에 분석해 병변을 탐지하고, 이전 CT 영상과 비교해 결절의 크기 변화를 자동 분석한다. 의료진의 판독 부담을 줄이고 조기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도 AI를 의료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 간담회에서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AI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료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진단과 원격 협진, 의료데이터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윤리·법적 기준 마련 시급

하지만 AI가 제안한 후보물질을 토대로 신약개발이 진행됐거나, AI의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치료를 결정했는데 오류가 발생한다면 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AI를 개발한 기업인지, 이를 도입한 병원인지, 아니면 AI의 분석 결과를 참고해 최종 판단을 내린 의료진인지 현행 법체계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의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AI는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이므로, 이를 선택하고 활용해 최종 판단을 내린 사람과 기관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I가 후보물질을 찾고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결국 사람이 내리는 만큼 기술과 제도가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에서 AI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보정책이사(이화여대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도 “AI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 등 검증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현재 의료 AI는 진료를 보조하는 수준인 만큼 최종 책임은 임상의사에게 있지만 AI를 개발한 제조사 역시 기술의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데이터 편향에 따른 의료 불평등 문제도 AI 시대 중요한 해결 과제다. AI는 학습한 데이터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려워 특정 인종이나 지역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한 AI는 다른 환자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AI가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의료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민감한 의료데이터가 상업적으로 활용되거나 유출될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사회적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정책이사는 “의료 AI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려면 AI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평가체계와 신뢰성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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