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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중의 캡틴’ 배선영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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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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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군종(軍種)에 따라 계급 명칭이 다르다. ‘루테넌트’(Lieutenant)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육군·공군·해병대 등에서 루테넌트는 통상 중위를 뜻한다. 정식 계급명은 ‘퍼스트(First·1등) 루테넌트’다. 갓 장교로 임관한 소위가 ‘세컨드(Second·2등) 루테넌트’로 불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쉽다. 반면 해군·해안경비대에서 루테넌트는 대위에 해당한다. 할리우드 영화 ‘탑건’(1986)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들에 관한 얘기다. 극중 최고의 조종사 자리를 노리는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교관인 샬럿 블랙우드(켈리 맥길리스 분)가 피교육생 피트 미첼 대위(톰 크루즈 분)를 “루테넌트”라고 부르던 것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듯하다.

배선영 해군 대령(해사 57기). 여성 장교로는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함장 중 가장 높은 계급인 대령급 함정인 독도함 함장에 임명됐다. 연합뉴스
배선영 해군 대령(해사 57기). 여성 장교로는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함장 중 가장 높은 계급인 대령급 함정인 독도함 함장에 임명됐다. 연합뉴스

‘캡틴’(Captain)도 그렇다. 미 육군·공군·해병대에서 캡틴은 대위다. 위관급 장교들 중에서는 최고이나, 군 전체로 보면 결코 높은 계급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리우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의 주인공 존 밀러 중대장(톰 행크스 분)이 바로 육군 대위 계급이다. 그런데 해군에서 캡틴은 대위보다 훨씬 높은 대령을 지칭하는 용어다. 캡틴 위로는 별(★)을 단 제독들이 있을 뿐이다. 미국 해군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도중 캡틴을 육군식으로 대위라고 잘못 알아듣고 ‘별 것 아니네’ 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해군이 사용하는 배는 일반 선박과 달리 함정(艦艇)으로 불린다. 여기서 ‘함’은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등처럼 덩치가 커다란 군함을 가리킨다. ‘정’은 속도가 빠르지만 크기는 작아 주로 연안 또는 항만 방어에 쓰이는 고속정 또는 경비정 등을 뜻한다. 여객선, 화물선 등 민간 선박의 최고 지도자가 ‘선장’으로 불리는 것처럼 군함의 지휘관에게는 ‘함장’이란 호칭이 붙는다. 그런데 함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또한 캡틴이다. 군함 안에서 누군가 캡틴으로 불린다면 계급이 꼭 대령이 아니더라도 ‘아, 함장 보직을 맡고 있구나’ 하고 여기면 되겠다.

우리 해군의 대형 수송함 ‘독도함’이 성능 점검과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배수량 1만4500t급의 독도함은 해군이 운용 중인 함정들 가운데 대령 계급의 장교가 함장을 맡는 몇 안 되는 군함에 해당한다. 길이가 약 200m, 폭은 31m로 헬기 10대 탑재와 상륙 병력 700명 탑승이 가능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 해군의 대형 수송함 ‘독도함’이 성능 점검과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배수량 1만4500t급의 독도함은 해군이 운용 중인 함정들 가운데 대령 계급의 장교가 함장을 맡는 몇 안 되는 군함에 해당한다. 길이가 약 200m, 폭은 31m로 헬기 10대 탑재와 상륙 병력 700명 탑승이 가능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 해군이 4일 독도함 새 함장에 배선영 대령(해군사관학교 57기)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독도함은 배수량 1만4500t급의 대형 수송함으로 한국 해군에서 대령 계급의 장교가 함장을 맡는 몇 안 되는 군함들 중 하나다. 이처럼 큰 함정 지휘가 여성 장교에게 맡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 해사를 졸업한 배 대령은 그간 참수리 282호정 정장, 남원함(초계함) 작전관, 원산함(기뢰부설함) 함장 등을 거친 작전 전문가다. 앞서 독도함에서도 복무한 배 대령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독도함의 작전적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승조원들과 소통하며 독도함의 잠재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캡틴(대령) 배선영이 진짜 캡틴(함장) 중의 캡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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