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가 국방 개혁 일환으로 육사·해사·공사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만든다고 한다. 공사의 핵심은 비행 교육인데, 정작 통합 사관학교가 들어설 예정 부지는 활주로와 멀리 떨어진 장소다. 공군이 육군의 일부이던 시절에도 육군과는 다른 공군만의 특수성을 인정해 육사와 별개의 ‘육군항공사관학교’를 운영한 역사를 떠올리면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방안이다. 해사 역시 바다와 완전히 분리된 내륙으로, 물 위에 떠 있는 대형 선박 한 척 볼 수 없는 곳으로의 이전은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일 국방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던 이재명 대통령은 사관학교 통합의 목적이 육사 폐교에 있음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다 육사 출신들이 한 일인데 그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며 “앞으로 구조적으로 절대로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데타 막기 위해 육사를 없앤다는 발상도 문제가 많지만, 쿠데타와 무관한데 얼떨결에 폐교 수순을 밟게 된 해사·공사로선 얼마나 당혹스럽겠나. 육·해·공을 망라한 역대 3군 참모총장 46명이 국방부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97년 공사에 들어가 2001년 졸업과 동시에 소위 계급장을 단 49기는 공사 역사상 가장 가장 주목을 받은 기수다. 1949년 육군항공사관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한 이래 처음 여자 생도 20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육·해·공 3군 사관학교 가운데 여생도가 입학한 것은 공사가 최초였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육사, 1999년에는 해사도 차례로 여생도를 뽑아 장교로 키우기 시작했다. 2002년 9월 국내 언론은 일제히 국내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 탄생 소식을 알렸다. 공사 49기 졸업생 박지연·박지원·편보라 중위(당시 계급) 3명이 자랑스러운 주인공이었다.
‘이달(8월)의 호국 인물’로 선정된 독립운동가 권기옥(1901∼1988) 선생을 현양하기 위한 행사가 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일제강점기 중국 학교에서 조종술을 익히고 중국 공군 장교로 복무한 선생은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유명하다.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광복 후 ‘공군 할머니’란 애칭으로 불린 선생은 1965년 언론 인터뷰에서 비행사의 길을 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비행기에 폭탄을 가득 싣고 일본까지 가서 폭격을 할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정부는 공사 등 세 사관학교의 통폐합이 제2, 제3의 권기옥이 되어 조국을 지키고자 조종사를 꿈꾸는 여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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