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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한 팬케이크 한입에, 바빴던 마음도 사르르 녹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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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브런치 레스토랑 ‘카토’

용산 땡땡거리 숨은 브런치 맛집
버터향이 은은한 ‘더치베이비’ 인기
블루베리·베이컨 곁들여 풍미 더해
구가옥 개조… 오브제 등 아기자기
바쁜 일상 잠시 멈추고 여유 만끽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용산구 한강로 3가 땡땡거리.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사라진 오래된 식당들의 기억과 새롭게 들어선 젊은 가게들이 한 거리에 공존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어느 9월의 오후, 오랜 인연이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 카토를 찾았다. 변해가는 거리 속에서도 음식은 여전히 그날의 기억을 남긴다. 

 

브런치 레스토랑 ‘카토’ 외관
브런치 레스토랑 ‘카토’ 외관

◆ 용산 땡땡거리

땡땡거리가 지닌 고즈넉함에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쉬는 느낌이 든다. 몇 년 만에 찾은 이 거리는 참 많이 변해 있었다. 카페들과 이국적인 음식점들이 구가옥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젊은이들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오전 미팅을 끝내고 산책을 시작했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비가 멎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습한 공기가 오래된 처마 끝에 머물러 앉아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길 하나 건너면 고층 빌딩이 즐비하지만 정적인 이 느낌은 용산 땡땡거리에서만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자주 찾았던 식당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1980년대에 문을 열었던 여천식당의 제육볶음과 할머니들이 운영하시던 춘천식당의 북엇국은 이 습한 공기와 함께 머릿속에 강렬하게 기억되어 있다. 내게 서울의 추억이라는 것을 되짚어 본다면 그 식당들의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사라진 노포들의 빈자리는 젊은 가게들로 대체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30년 후에는 저 가게들도 그 시대의 누군가에게 노포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 삼아 본다.

 

오늘은 늦은 점심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오픈한 지 5년이 넘어가는 용산의 브런치 레스토랑 ‘카토’는 예전부터 오랜 인연이 있는 곳이다. 내 블로그에 포스팅한 음식을 보고 연락을 준 사장과 오픈을 함께 준비했는데, 그때 처음 잡아준 레시피를 변함없이 꾸준히 잘 만들고 있기에 지금까지도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명실공히 용산 땡땡거리의 터줏대감이 아닐까 싶다.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있는 작은 정원을 지나 식당으로 들어간다. 2층 규모 가정집을 개조한 카토는 귀여운 오브제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축축했던 하늘에서 결국 비가 쏟아진다. 창밖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브런치라니 스스로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뉴욕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도 점심만큼은 일부러 밖에서 먹곤 했다. 아침과 저녁은 아끼더라도 점심에는 브런치 레스토랑에 앉아 근사한 음식을 먹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당시에는 그저 조금의 사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 역시 나를 위한 휴식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카토의 독일식 팬케이크
카토의 독일식 팬케이크

◆ 다양한 브런치 메뉴

카토에는 다양한 브런치 메뉴가 있다. 프렌치토스트, 라타투이, 라자냐 같은 요리가 있고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반죽을 그릇처럼 구워 내는 독일식 팬케이크인 더치베이비다. 늦은 점심임에도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카토는 브런치 문화가 잘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식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릇처럼 옴폭하게 만들어진 팬케이크 안에는 블루베리 처트니가 뿌려져 있다.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팬케이크에서는 은은한 버터향이 기분 좋게 흘러 퍼진다. 곁들여진 베이컨을 팬케이크와 함께 먹으면 고급스러운 샌드위치를 먹는 기분이다. 루콜라 샐러드는 억세고 첫맛이 쓰지만 씹을수록 그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그 또한 팬케이크와 함께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린다. 브런치 요리에서 계란을 빼놓을 수 없다. 팬케이크 옆에는 눈으로 봐도 부드러운 스크램블드에그가 얹어져 있는데 반짝이는 그 표면에서 익힘에 굉장히 공을 들인 느낌이 다분하다.

바나나와 말린 토마토의 존재는 이 접시가 런치가 아닌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브런치라는 느낌을 확실히 준다. 카토의 독일식 팬케이크는 자극적이지 않다. 어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간편하고도 푸근한 요리다. 그 자극적이지 않은 따뜻한 요리 한 접시를 먹고 있자면 그 시간만큼은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 브런치가 주는 매력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을 먹기 위해 잠시 일상을 멈추는 시간 말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 카토의 팬케이크 한 접시는 그런 브런치의 시간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 한국의 브런치

브런치라는 말이 이제는 우리에게도 꽤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사이에 먹는 식사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의 브런치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앉아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음식을 먹는 시간. 어쩌면 브런치 문화는 음식의 종류보다 그 시간을 즐기는 방식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도 브런치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식당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빠르게 식사를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익숙했다면, 이제는 주말 늦은 오전이면 조금 먼 곳까지 찾아가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연인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때로는 혼자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브런치가 하나의 식사이면서 동시에 여가와 휴식의 시간이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브런치를 먹을 때면 음식의 맛만큼이나 그날의 공기와 창밖의 풍경, 함께 앉아 있던 사람들을 기억하게 된다. 어쩌면 브런치는 배를 채우는 식사라기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나 자신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하나의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시금치와 토마토 프리타타

 

<재료> 계란 3알, 시금치 15g, 토마토 4분의 1개, 다진 양송이버섯 2개, 다진 양파 15g, 휘핑크림 30㎖, 소금 약간, 토마토소스 100g, 그라나 파다노 치즈 약간, 버터 10g.

 

<만드는 법> ① 계란은 휘핑크림과 섞은 후 소금 간을 한다. ② 다진 양파와 버섯은 버터에 볶은 후 식힌다. ③ 위 재료들을 섞은 후 시금치와 토마토를 섞는다. ④ 몰드에 채운 후 185도 오븐에 약 10분간 익힌다. ⑤ 토마토소스를 끓여 함께 곁들이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뿌린다.

 

김동기 청담 일판 총괄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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