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먹기 전 과육에 붙은 가느다란 흰 줄을 떼어내는 사람이 많다. 질긴 식감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처럼 보이지만, 과육과 다른 조직인 만큼 섬유질 등 다른 성분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바나나 껍질 속 흰 줄의 정체는 무엇이고 먹어도 괜찮은지, 어떤 영양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 바나나 흰 줄의 정체는 체관다발
바나나 과육에 붙은 가느다란 흰 줄은 체관다발(phloem bundles)로 불리는 관다발 조직이다. 식물의 관다발은 체관과 물관으로 이뤄진다. 체관은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든 당분과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을 다른 부위로 옮기고, 물관은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질을 운반한다. 흰 줄은 바나나가 자라는 동안 열매에 필요한 물질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바나나는 익으면서 과육에 저장된 전분이 분해되고 당 함량이 늘어난다.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실린 리뷰 논문에 따르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과정이 바나나의 단맛뿐 아니라 과육이 부드러워지는 데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관다발이 바나나의 단맛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잎에서 만든 당분을 열매로 옮겨 과육의 성장과 전분의 축적을 돕는다.
◆ 과육과 다른 섬유질 가능성…함께 먹어도 안전
미국 영양학자 니컬러스 길릿은 미국 매체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체관다발을 따로 분석한 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과육과 영양 성분이 다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체관다발에는 기능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섬유질과 구조 성분이 더 많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체관다발은 과육과 다른 기능을 하는 조직인 만큼 구조와 성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응급의학과 의사 마누엘 비소 박사도 바나나 체관다발을 함께 먹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체관다발을 떼어내면 “항산화제와 항염증 성분, 비타민, 미네랄 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바나나는 익은 정도에 따라 영양 성분이 달라진다. 덜 익은 초록색 바나나에는 전분, 특히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저항성 전분이 많다. 저항성 전분은 대장까지 이동해 장내 미생물의 먹이로 쓰이기도 한다.
바나나는 익으면서 전분이 분해돼 과당·포도당 등 당이 늘고 과육은 부드럽고 달콤해진다.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싶거나 단맛이 덜한 과일을 찾는다면 초록색 바나나를, 소화하기 쉬운 부드러운 과육과 단맛을 원한다면 노랗게 익은 바나나를 먹으면 된다.
체관다발은 바나나의 일부라 먹어도 안전하다. 양이 많지 않아 떼어내고 먹든 함께 먹든 전체 영양 섭취량에 큰 차이는 없지만, 식감이 괜찮다면 과육과 함께 먹어도 좋다.
◆ 흰 줄 떼고 싶다면 꼭지 반대쪽부터 까기
흰 줄의 질긴 식감이 거슬린다면 바나나 꼭지 반대쪽 끝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눌러 껍질을 벌린다. 틈이 생기면 꼭지 쪽을 손잡이처럼 잡고 껍질을 아래로 벗기면 된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까는 모습과 닮아 ‘원숭이식 바나나 까기’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껍질을 벗기면 흰 줄이 껍질에 붙어 함께 떨어지기도 한다. 바나나의 품종과 익은 정도에 따라 껍질이 벌어지는 모양과 흰 줄이 떨어지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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