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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하던 정부가 이력서를 뒤진다… 헤드헌터가 된 정부 [이귀전의 왜-인재전쟁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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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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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해외 후보 직접 발굴…연구비·일자리·가족 정착까지 연결
프랑스는 팀째 유치하고 싱가포르는 사람에게 비자…국가 영입전 확산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첨단 모델을 직접 만들어 본 연구자는 극소수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최고경영자가 직접 영입전에 뛰어들고 수천억원대 보상과 대규모 투자를 내건다. 인재 확보는 개인 채용을 넘어 핵심팀과 기술을 함께 가져오는 거래, 국가의 직접 스카우트, GPU·데이터·연구조직까지 묶은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재전쟁’ 시리즈는 메타·구글·오픈AI·애플의 인재 쟁탈전에서 출발해 중국의 인재 귀환과 유출 방어, 유럽의 두뇌 순환, 각국 정부의 영입전과 공공 연산자원 경쟁을 따라간다. 또 대학과 기업을 잇는 인재 공급망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인재 유출과 숙련인력 부족의 현실, 해외 인재 유치와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대응을 짚으며 한국이 세계 인재전쟁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살펴본다.

글로벌 인재를 데려오는 정부의 역할이 ‘문을 열어주는 것’에서 ‘사람을 직접 찾아오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비자 문턱을 낮추고 연구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가 해외 후보를 직접 발굴해 대학·기업과 연결하고 연구비와 체류·정착 지원까지 묶어 영입한다.

 

정상급 연구자를 중심으로 연구팀 전체가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직장을 바꿔도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하거나 아예 고용계약 없이 입국부터 허용하는 제도도 등장했다. 기업과 대학이 벌이던 글로벌 인재 확보전에 정부가 직접 채용 주체로 뛰어든 것이다.

 

◆신청 기다리던 정부가 먼저 후보를 찾는다

 

영국은 정부가 직접 해외 인재를 찾아 접촉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태스크포스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1월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민간 헤드헌팅 전문가를 투입하기로 했다. 첫 집중 영입 대상은 인공지능(AI) 인재다. 정부 안에는 최상위 민간 헤드헌팅 회사처럼 후보를 발굴하는 AI 인재 소싱 기능도 만들었다. 지원자가 영국행 비자를 신청하면 심사하던 방식에서 정부가 먼저 필요한 사람을 골라 접촉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글로벌 인재 태스크포스는 총리실과 재무부에 보고하며 해외 인재를 영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에 연결한다. 연구자 개인뿐 아니라 연구팀이나 기업이 함께 움직일 경우 비자와 이전 절차, 가족의 정착 문제 등을 관련 기관과 연결하는 ‘컨시어지’ 역할도 맡는다. 정부가 후보자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영국에 옮겨와 실제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돈도 따라붙는다. 영국은 5400만파운드 규모의 ‘글로벌 인재 펀드’를 통해 해외 연구자가 영국에서 새로운 연구팀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선정된 대학과 연구기관에는 연구인력 채용과 장비·시설 구축, 이전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8월까지 이 펀드를 통해 영국행이 확정된 연구자는 18명으로 늘었고, 펀드를 배정받은 12개 연구기관 모두 해외 연구자 영입을 성사시켰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스트래스클라이드대로 옮긴 브리오니 듀폰 교수는 AI를 활용해 해상풍력 등 에너지 시스템을 더 안정적으로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사우샘프턴대로 이동한 디미트리스 앙겔라키스 교수는 확장 가능한 양자컴퓨팅과 양자기술을 활용한 AI를 연구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응용과학대에서 확장현실(XR)과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연구한 마르쿠스 타츠게른도 9월 워릭대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자를 데려오면서 새 연구실과 연구팀을 함께 만드는 방식이다.

 

인재를 받아들이는 통로도 넓혔다. 지난 8월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재규어랜드로버 등 연구집약형 기업 100여곳도 글로벌 인재 비자를 통해 해외 연구자의 영국행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 등이 주로 활용하던 통로를 민간 연구기업까지 넓힌 것이다. 정부가 인정한 연구비와 연계해 영국에 들어온 인재는 130여개국 1만2500명을 넘어섰다.

◆자리·팀·체류조건까지… 국가가 영입 패키지 설계

 

프랑스·싱가포르·중국 역시 인재가 실제로 옮겨올 수 있도록 연구자리와 팀, 보수, 체류조건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

 

프랑스의 ‘과학을 위한 프랑스 선택(Choose France for Science)’은 해외 연구자와 프랑스 대학·연구기관이 연구계획을 함께 짜도록 한 뒤 정부가 전체 사업비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지원금은 연구책임자의 보수뿐 아니라 박사과정 학생과 박사후연구원 채용, 장비 구입과 연구실 운영에도 사용할 수 있다. 연구자 한 사람에게 비자를 내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프랑스에서 연구를 이어갈 자리와 팀을 함께 만드는 방식이다.

 

미국 클렘슨대의 생태학자 제이슨 프리들리 교수는 지난 6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소속으로 아미앵의 생태연구소에 합류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외래 수종의 확산을 연구하는 프리들리는 새 국제연구팀을 꾸리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2월 공개한 첫 선정자는 33명이었지만 5월 말에는 60명 이상으로 늘었다. 프랑스 정부가 이 프로그램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1억유로다.

 

싱가포르는 체류자격을 특정 회사가 아닌 인재 개인에게 붙인다. ‘해외 네트워크·전문지식 패스(원패스)’ 보유자는 여러 기업에서 동시에 일하거나 창업과 투자, 이사회 활동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취업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 대기업뿐 아니라 신생기업과 연구기관도 해외 인재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

 

원패스 보유자는 제도가 시작된 2023년 말 약 3600명에서 2024년 말 6300명, 2025년 말 8500명으로 늘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립과학기술청(A*STAR) 산하 유전체연구소의 안데르스 야코브센 스칸데루프 박사를 대표적인 유치 사례로 들고 있다. 그는 혈액검사와 AI를 이용해 암의 진행과 재발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픈AI의 국제전략·운영 담당 매니징디렉터 올리버 제이도 원패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루셀과 글린츠 등 현지 신생기업 창업자들을 자문했다.

 

싱가포르는 2027년 1월28일부터 ‘원패스 AI·기술 전용 트랙’ 신청도 받는다. 기존 테크패스를 대체하는 제도다. 월 보수 기준은 3만싱가포르달러지만 이 가운데 현금 고정급여가 최소 2만2500달러면 나머지는 이미 권리가 확정된 스톡옵션이나 직원 보유주식 등으로 채울 수 있다. 현금 급여만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 어려운 기술기업이 지분 보상을 활용해 해외 인재를 영입할 수 있도록 체류제도를 기술기업의 보상 방식에 맞춘 것이다.

 

중국은 고용계약 자체를 비자의 선결조건에서 없앴다. 지난해 10월 도입한 K비자는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의 청년 과학기술 인재라면 중국 내 고용주나 초청기관을 확보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일정 학력이나 연구경력을 갖춘 인재가 대상이다. 입국한 뒤 대학과 연구소, 기업을 만나 과학기술 교류나 창업·사업 활동을 할 수 있다. 기업과 계약한 뒤 비자를 받는 기존 취업비자와 달리 사람부터 중국에 들어오게 한 뒤 일할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국이 인재 영입 조건을 잇달아 바꾸는 데는 미국의 과학·이민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헬렌 토너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신기술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과학연구 지원 축소와 국제학생에 대한 제한이 AI 경쟁에서 중국에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AI 인력에서 해외 출신 연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연구비와 체류자격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다른 국가들이 이들을 끌어들일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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