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청 거부·격려금 등 사유로 거론
위헌·위법인지 의문…민심 이반 자초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했다. 김민석 대표는 16일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이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방법과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시점까지는 저희가 탄핵의 ‘ㅌ’자도 내지 않고 국민께 설명과 이해 과정을 깊게 또 충분하게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진행해왔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사퇴를 압박해 온 민주당이 한술 더 떠 탄핵소추 카드까지 꺼내 들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과반수(150석) 찬성으로 의결된다.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이라고 해서 헌정 질서의 근간인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을 이리 훼손해도 되나.
“탄핵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헌법재판소에서 인정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고유한 권한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임명권이 우위이고, ‘재제청 거부가 반헌법적’이라고 몰아세우는 민주당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헌법상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견제와 균형을 위해 분리된 독자적 권한이다. 민주당은 또 업무추진비로 1억원대 와인을 사들이고 격려금도 부정 지급했다며 국가재정법 위반을 거론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혹일 따름이다. 문제가 있다면 수사·기소·재판으로 시비부터 가리는 게 순리다. 설령 위반 정황이 드러나더라도 탄핵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감사 증인 선서 거부까지 들먹이는 건 치졸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청와대와 대법원 간 다툼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져 재판 지연 등으로 국민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한시라도 빨리 갈등이 봉합되길 바랄 터인데, 양측은 타협점을 찾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런 판에 갈등을 중재해야 할 여당마저 대법원장탄핵에 앞장서고 있으니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정략적 폭주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소추 의결에 따른 대법원장 직무정지만으로도 전원합의체 재판 중단 등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사실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탄핵 역풍 우려에 대해 “여론조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과반의 국민이 찬성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사유가 있는데도 탄핵하지 않는다면 헌법 수호 의지를 의심받을 것”이라고 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꽃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 응답이 55.4%로 나왔다고 한다. 편향성 짙은 여론조사에 기댄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현 출범 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안중에 없다. 헌법 수호 의지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국민 전체로 보면 소수에 불과한 강성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탄핵 추진이야말로 반헌법적 발상이자 민심 이반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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