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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이 차오를까… 뮤지컬 ‘아리랑’과 ‘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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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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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할머니의 ‘아리랑’, 랩하는 ‘백범’…역사를 무대로 불러낸 창작극 두 편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아리랑’ 12월 2∼27일·서울예술단 ‘백범’ 11월 14∼21일

한민족의 정서를 담은 노래 아리랑과 민족 지도자 백범 김구. 대한민국 역사에 새겨진 두 존재가 무대 위에서 입체적으로 조형되는 창작극 두 편이 관객을 만난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전통뮤지컬 ‘아리랑’과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백범’이다. 한 작품은 여든 살 할머니의 삶에 깃든 노래를 따라가고, 다른 작품은 여러 배우의 몸과 목소리로 한 인물의 생애를 그린다. 민족의 기억에 깊이 새겨진 노래와 인물을 오늘의 관객에게 어떻게 새롭게 들려주고 보여줄지 궁금한 무대다.

 

◆팔순 할머니의 삶에 포개진 ‘아리랑’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피난민 1만4000명을 태운 민간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아기가 태어난다. ‘아리랑’의 중심에 선 김순복 할머니의 탄생 장면이다. 작품은 순복의 평생에 아리랑을 겹쳐놓는다. 전쟁과 이별을 겪고도 살아남아 서로를 지켰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순복의 생애를 통해 펼쳐진다.

 

누군가는 슬픔과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 누군가는 고단한 삶을 견디기 위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불렀던 노래. 작품은 아리랑과 순복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되짚는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가락과 노랫말을 달리해 온 아리랑처럼,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 노래도 저마다 다른 감정과 기억을 품는다.

 

이를 무대에 옮기는 바탕은 전통연희다. 노래와 연주, 춤과 연기를 엮어 한 사람의 감정이 여러 사람의 몸과 목소리로 번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익숙한 가락을 들려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의 사연을 무대 언어로 풀어낸다.

 

창작진이 초연작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작가 김은성과 작곡가 원일이 다시 손을 잡았다. 연극 ‘목란언니’와 ‘빵야’ 등에서 탄탄한 극작을 선보인 김은성은 2023년 ‘베니스의 상인들’로 처음 창극 대본을 썼다. 이번에는 무용 언어와 결합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다. 

 

음악은 국악계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원일이 새로 쓴 10여 곡으로 구성된다.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여온 그가 아리랑을 어떻게 변주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원일은 피리 연주자로 출발해 작곡과 지휘, 음악감독을 넘나들며 한국음악의 경계를 넓혀 온 음악가다. 국가무형유산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로, 1993년 타악 그룹 ‘푸리’를 만들어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실험을 이어갔다. 장영규·백현진과 ‘어어부 프로젝트’를 꾸리기도 했다. 영화 ‘꽃잎’ ‘아름다운 시절’ ‘이재수의 난’ ‘황진이’로 대종상 영화음악상을 네 차례 받았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지냈다. 원일은 이번엔 아리랑이라는 익숙한 출발점에서 인물과 시대의 감정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빚는다. 연출·각색에 우재현, 순복 역에는 경기민요 이수자인 배우 양금석과 뮤지컬 배우 채연정이 번갈아 출연한다. 국립정동극장에서 12월 2일부터 27일까지.

 

◆여러 배우의 몸과 목소리로 만나는 ‘백범’

서울예술단의 ‘백범’은 ‘백범일지’를 바탕으로 소년 김창암에서 독립운동가 김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거쳐 광복 이후 분열된 조국의 통합을 위해 힘썼던 백범의 생애를 그린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한 인물의 삶을 완성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 초연된 작품이 비로소 마스크 없이 관객을 만난다.

뮤지컬 ‘백범’의 2020년 초연 공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뮤지컬 ‘백범’의 2020년 초연 공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백범의 신념과 고뇌를 전달하는 음악 가운데 하나는 랩이다. 독립을 향한 열망과 시대적 갈등을 리듬에 실어 전한다. 말의 의미와 발음, 호흡을 전면에 내세우는 랩은 인물이 무엇을 생각하고 왜 행동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형식이다. 역사 속 인물의 생각이 배우의 숨과 리듬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간다.

 

백범을 표현하는 방식도 색다르다. 한 명의 배우가 소년부터 노년까지 김구의 일생을 맡는 대신, 성별과 연령을 뛰어넘어 여러 배우가 각기 다른 시기의 백범을 연기한다. 관객은 여러 배우가 이어가는 선택과 행동을 통해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우리 모두의 이름, 백범’이라는 작품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백범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독립과 새로운 나라를 위해 함께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여러 배우에게 나뉜 목소리가 하나의 삶으로 모이는 과정이 이 메시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하느냐가 관건이다.

 

무대도 역사적 공간과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LED 영상으로 인물의 감정과 시대의 긴장을 표현할 예정이다. 랩과 움직임, 영상이 빠르게 바뀌는 역사의 국면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백범이 마주한 갈등을 드러낸다.

 

장성희가 극작, 장우성이 각색과 작사, 원미솔이 작곡을 맡았다. 연출 정태영과 안무 홍유선이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을 조율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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