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하위 20%와 상위 20% 가구가 보유하면서 거주하는 주택의 평균 가격 격차가 300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격차가 최대치로 벌어진 것이다.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있지만, 서울의 주택가격 급등으로 자산 격차가 커지며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30대 이상 취업자의 임시·일용직 비중이 줄어드는 등 고용이 개선되고 있으나 20대 이하 청년만 고용의 질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중심의 경제성장, 인공지능(AI)의 초급·기초 업무 대체 등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해킹 피해가 발생한 KB국민은행에서 2000명이 넘는 추가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미래에셋생명에서도 보험권 최초로 고객 정보가 유출돼 금융당국이 긴급점검에 나섰다.
◆자산 양극화…6억9341만원 vs 239만원
2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산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거주 중인 자가의 주택 평균 가격은 239만원으로 나타났다. 1분위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9.1% 하락하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위에서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이 하락한 것은 주택을 보유한 경우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처의 통계는 실제 보유하거나 거주 중인 주택의 평균 가격을 집계한 것으로, 주택을 보유하지 않거나 세를 사는 경우 0원으로 집계한다. 보유하고 있으면서 비거주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 실제 거주 중인 주택의 가격만 포함된다.
실제 자산 하위 20%에서 거주 주택을 보유한 비율은 6.6%에 그쳤다. 전년 대비 0.8%포인트 감소하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자산 상위 20%(5분위)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6억9341만원으로 전년 대비 7.7% 상승했다. 2017년 이후로 보면 2022년(7억4635만원) 이후 두 번째로 높다. 5분위에서 거주 주택을 보유한 경우는 82.5%에 달했다. 전년 대비 1.2%포인트 감소했으나, 거주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평균 가격도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 5분위 가구에서 보유한 거주 주택가격의 중앙값은 7억2000만원으로 2.9% 올랐다.
반면 자산 1분위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하락하면서 1분위와 5분위의 자산 격차는 290.1배로 벌어졌다. 2017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자산 1·5분위 거주 주택가격 배율은 2017년 145.5배에 머물렀으나, 2019년 164.2배로 뛰더니 2022년에는 245.5배까지 벌어졌다. 이후 2023년 215.1배로 격차가 줄었으나, 지난해 290.1배로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다.
격차가 벌어진 데에는 5분위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이 2017년(3억8402만원) 대비 180% 수준으로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1분위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이 2017년(264만원) 대비 10%가량 떨어진 점도 주효했다.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의 격차는 자산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 거주 주택을 포함한 1분위의 자산은 2588만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반면 5분위의 자산은 17억7615만원으로 7.5% 증가했다. 자산을 기준으로 1분위 대비 5분위의 자산은 68.6배로, 직전 최대치인 2022년의 64.0배를 뛰어넘었다.
1·5분위의 자산 격차는 소득 격차보다 컸다. 지난해 소득 1분위 대비 소득 5분위의 경상소득 격차는 11.2배, 처분가능소득 격차는 9.8배로 나타났다. 10배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7∼2019년에 비하면 그 격차는 조금씩 좁혀졌다.
반면 자산 격차와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의 격차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었다. KB부동산 통계에선 이달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3억2167만원을 기록했고, 평균 매매가격은 16억3546만원에 달했다. 데이터처의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다주택자의 투자·임대용 주택가격까지 합산할 경우 실제 1·5분위의 자산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AI에 밀려…청년층 정규직 진입 장벽 높아져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청년 실업률·고용률은 2010년대보다 숫자상으로는 개선됐다. 그러나 고용 안정성, 근로시간, 실직 위험 등을 종합 고려한 ‘고용의 질’ 지수는 크게 악화됐다. 2010∼2026년 전체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15∼29세 청년층의 고용의 질 지수는 2014∼2019년 평균 101.1에서 2023∼2026년 평균 94.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30∼59세 노동자는 100.2에서 104.0으로 개선됐고 60세 이상 고령층은 97.8에서 105.6으로 크게 높아졌다.
청년 취업자 10명 중 3명가량도 임시·일용직이었다. 15∼29세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2022년 1월 30.7%였으나 지난해 1월 33.0%로 높아졌고 올해 1월에는 32.6%를 기록했다. 반면 30∼59세 취업자 중 이 비중은 2022년 1월 14.8%에서 올해 1월 12.4%로 소폭 줄었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청년층 고용부진은 1차 노동시장의 수요 정체가 주로 신규 진입 청년층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해석했다. 정규직 신입 채용이 줄면서 청년층이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1차 노동시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 등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적인 일자리, 2차 노동시장은 개방적이고 이동이 빈번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이 적은 IT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재편을 지목했다. 2022년 말 생성형 AI 도입도 청년고용에 악재였다. 신입이 주로 맡던 초급·기초 업무를 AI가 대체한 것이다.
청년층이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기보다 취업 눈높이를 낮추고 2차 노동시장에 유입되면서 고용의 질적 저하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졸 이상 청년층을 중심으로 임시·일용직·시간제 취업이 증가하는 데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팬데믹 이후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은은 전했다.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옮겨가는 청년층 비율(이동률)은 2014∼2019년 3.5%에서 2023∼2024년 1.6%로 낮아지는 등 ‘2차 시장 고착 효과’도 강화됐다.
◆KB국민은행 2091명 추가 해킹 피해 확인…미래에셋생명도 유출
KB국민은행은 이날 외부 해킹으로 인한 정보 유출 인원이 2091명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달 2일 해킹 사고를 확인해 발표한 지 24일이나 지나 추가 피해가 확인된 것이다. 추가 유출 인원 중 고객과 임직원은 각각 1631명, 460명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유출 인원은 기존 119명에서 2210명으로 늘었다. 다만 새로운 해킹 공격으로 인한 정보 유출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초기에 완벽하게 (사고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진심으로 고객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철저한 재발 방지와 고객 보호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이날 홈페이지에 “25일 일부 시스템의 이상 증상을 확인하고 사이버 침해사고를 인지해 긴급 대응 중”이라고 안내했다. 고객 청약시스템과 홈페이지 일부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업권에서 해킹으로 인한 정보 유출로 당국에 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정확한 유출 대상과 항목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커는 미래에셋생명의 시스템에서 약 41개 파일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공격 인터넷주소(IP)를 차단하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금융감독원도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고객 정보 보호와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객 안전과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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