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3년 만에 11월 WTGL 개막전 출격
2004년 1월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알래 컨트리클럽.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 2라운드 18번 홀 그린 주변이 한 소녀를 보려는 갤러리로 빼곡했다. 코스 곳곳의 선수들까지 소녀의 스코어를 물었다. 메이저 챔피언 출신 폴 에이징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카트 운전도 못 할 나이의 아이가 여기서 겨루고 있다니.”
키는 180㎝가 넘었다.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체격이었다. 하지만 앳된 얼굴은 영락없는 14세 중학생이었다.
소녀의 드라이버 샷은 여러 차례 300야드를 넘겼다. 그러나 단 1타가 모자라 컷을 넘지 못했다.
“한 타만 더 쳤으면 됐는데. 지금 너무 속상해요.”
이날 기록한 68타는 여자 선수가 PGA 투어에서 친 가장 낮은 타수였다. PGA 투어 우승자 18명을 포함해 남자 선수 47명이 소녀보다 아래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을 들썩였던 한국계 천재 골퍼가 은퇴 3년 만에 돌아온다. 미셸 위(37), 한국 이름은 위성미다.
15세에 연 1000만달러
대체 어떤 소녀였길래 미국이 이토록 들썩였을까.
부모는 1980년대 한국을 떠나 하와이에 자리 잡았다. 아버지 위병욱씨는 하와이대 교수였고, 어머니는 미스코리아 출신이자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이었다. 골프는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을 100야드씩 날렸다.
꿈은 처음부터 남자 무대를 향했다. 14세의 미셸은 이렇게 말했다.
“마스터스에 나가고 싶어요.”
빈말이 아니었다. 이듬해 15세에 다시 나선 PGA 투어 대회에선 1만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관중석에선 “사랑해요, 미셸!” 소리가 터졌다.
그해 가을, 16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프로로 전향했다. 나이키, 소니와 맺은 후원 계약은 연 1000만달러(약 140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미셸에게 열광했다.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이름까지 따라붙었다.
남자 대회의 벽을 처음 넘은 곳은 한국이었다. 2006년 어린이날, KPGA 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여유 있게 컷을 통과했다. 8번째 도전 만이었다.
그러나 ‘여자 타이거 우즈’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손목 부상에 시달렸고 투어 우승은 몇 차례 거뒀지만 메이저 트로피는 좀처럼 손에 닿지 않았다.
90도로 숙인 허리, 9년 만의 트로피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여 상체를 그린과 나란히 낮춘다. 미셸 위의 ‘테이블 퍼팅’이다.
시작은 2012년이었다. 퍼팅만 하면 손이 굳는 입스에 시달리던 때였다. 키가 150㎝ 남짓한 선수와 한 조로 경기했다. 상대의 퍼트는 족족 들어갔고 미셸 위의 퍼트는 번번이 빠졌다.
“퍼트가 왜 안 들어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키가 너무 커서 공에서 너무 멀리 서 있었던 거예요.”
그 자리에서 몸을 공 쪽으로 숙였다. 공도 홀도 커 보였다. 퍼트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퍼팅 사진을 보고서야 자세가 얼마나 특이했는지 알았다.
“우스꽝스러워 보였죠. 그래도 입스가 사라졌으니 상관없었어요.”
그리고 2014년 6월 US여자오픈. 그토록 기다리던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로 전향 9년 만이었다.
37세, 다시 경쟁 속으로
2023년 US여자오픈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다.
그런 그가 올해 US여자오픈 출전을 깜짝 발표했다. 2014년 우승으로 얻은 출전권을 쓸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 컷은 넘지 못했다.
다음 도전은 실내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만든 스크린골프 리그 TGL의 여자판인 WTGL이다. 11월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개막전에서 로스앤젤레스 골프 클럽 유니폼을 입는다. 상대 팀에는 또 다른 한국계 스타 리디아 고가 있다.
“WTGL로 다시 경쟁할 기회가 생겨 설렙니다.”
14세에 남자 대회 문을 두드리던 소녀는 여전히 겨룰 무대를 찾고 있다. 이번엔 스크린 앞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여성 징병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29/128/20261029522270.jpg
)
![[기자가만난세상] ‘북향민’ 명칭 변경보다 중요한 것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485.jpg
)
![[세계와우리] 공부 안 하는 사회, 그 외교능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76.jpg
)
![[강영숙의이매진] 읽지 못한 책](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5/128/20261015524589.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