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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對與 투쟁’ 깃발 들었지만… 하루 만에 전열 흐트러진 野

입력 : 2014-08-26 19:47:57 수정 : 2014-08-27 01: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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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경투쟁 하루 만에 파열음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대여 투쟁의 기치를 들었다. 지난해 8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면 이후 1년만이다.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나서 국회 농성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정부·여당을 전방위 압박했다. 그러나 중도 성향 의원들은 이날 장외 투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전투 하루 만에 파열음이 나온 것이다. 투쟁 방식을 둘러싼 내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26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왼쪽) 등 유가족 대표들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조 나눠 전방위 투쟁 돌입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은 전날 밤 12시부터 베이스캠프로 삼은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농성을 시작해 밤을 지샜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날이 밝자 국회 경내에서 몸을 푼 뒤 거리로 뛰쳐 나갔다. 의원 80여명은 오전 10시 국회 본청 앞에 모여 “3자협의체 거부하는 새누리당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박 위원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유족과 국민 옆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기를 보였다. 의원 전원은 이어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옮겨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규탄사를 한 우상호 의원은 청와대를 향해 “대통령이 얼마나 바빠서 유가족을 만날 시간이 없냐”며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과 대화하라”고 부르짖었다.

의원들은 조를 나눠 세월호 유가족이 노숙 중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청와대 분수대 앞, 문재인·정청래 의원이 단식 중인 광화문광장, 세월호 사고 희생자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가 입원한 용두동 동부병원으로 흩어졌다.

박 위원장은 병원에서 김씨를 비공개로 면담하며 당의 투쟁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면담 후 “당이 오늘부터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 (김씨가) 이제는 좀 건강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회에 돌아와선 약 두시간 동안 유가족 대표단을 면담했다. 장외 일정을 소화한 의원들은 오후 8시30분쯤 예결위장에 집결한 뒤 트라우마 치유 강의를 듣고 하루의 투쟁 성과를 정리했다. 새정치연합은 철야 농성과 비상 의총의 1차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잡았다.

◆소극적 참여와 중도파 반발로 흐트러지는 전열

의원들은 80여명이 모인 오전과 달리 오후 투쟁 일정에는 소극적 모습이었다. 당초 전원이 참여키로 한 이날 철야 농성의 집결시간에 맞춰 도착한 의원은 30여명에 불과했다.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 등 중도파 전 지도부와 상당수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성곤, 주승용 의원 등 중도파 15명은 강경파 주도의 장외 투쟁에 우려를 보이며 제동 걸기를 시도했다. 이들은 동료 의원들에게 “작년 여름 당내 강경 여론의 압력을 못 견디고 서울시청 앞에 나가 얻은 게 무엇이냐”며 ‘국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공동명의로 돌렸다. 이들은 “재야 시민단체와 민주당의 역할과 선택이 동일할 수도 없고, 동일할 이유도 없다”며 “우리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있어야 한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권한이며 의무”라고 못박았다. 조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시민단체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당 소속 의원과 함께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다시 싸움닭이 된 박영선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부드러운 직선’을 표방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던 박 위원장이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며 석달만에 원래의 강경론자로 복귀했다. 지난 5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투쟁정당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공언한 지 20일 만이기도 하다. 결국 지난 7일 여야 합의와 18일 재협상 국면에서 ‘균형적 불만족론’을 내세우며 보여준 타협 정치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박 위원장의 태도 변화는 두번이나 타협안을 냈지만 유가족에게 거부당한 뒤 강경파 반발로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다. 전날 의총에서 시민단체 출신 이학영 의원은 “선수가 두 번 다 KO 당했으면 국민과 함께 바깥에 나가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장외 투쟁을 직접 촉구했다는 후문이다. 박 위원장이 ‘강경 투쟁’을 지속할 경우 거취 문제는 잠잠해지겠지만 유턴할 경우 다시 사퇴 압박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 위원장은 투쟁을 시작하며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 수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여당이 유가족과 대화를 시작했으므로 이미 3자협의체 요구가 일부 수용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 위원장은 “유가족도 저희가 만나라고 해서 (새누리당이) 만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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