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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에게 거둔 담배부담금 제대로 쓰이나

입력 : 2014-09-11 10:42:39 수정 : 2014-09-11 15: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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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기금의 상당액이 목적외 사업에 사용돼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세금을 올려 흡연자에게서 거둔 건강증진부담금(이하 담배부담금)이 흡연자를 위해 과연 얼마나 쓰일지 관심을 끈다.

금연정책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납세 당사자인 흡연자가 낸 세금인 만큼 그 혜택이 흡연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담뱃세 인상분의 일부를 흡연자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담뱃세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애초 목적과는 달리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건강증진기금은 담뱃세를 재원으로 1997년부터 조성됐다.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서다. 현재 2천500원짜리 담배 1갑(20개비)에는 354원(14.2%)의 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기금조성 이후 지금까지 건강증진기금은 15여년간 국내 건강증진사업 발전에 기여했지만, 애초 취지와 어긋나게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데 주로 투입되면서 적절성 문제를 끊임없이 낳았다.

실제로 2003~2005년에 건강증진기금의 95% 정도가 건강보험 지원에 쓰였다. 2004년 1차 담뱃세 인상 이후 기금규모가 커지면서 2006~2013년에는 그 비율이 54~73%로 점차 낮아지긴 했지만, 2013년에도 기금 총 예산의 49%에 해당하는 1조198억원이 건강보험 재원으로 사용됐다. 2006~2013년 기간 질병관리와 보건산업육성 연구개발사업에도 기금의 20%와 10%가 각각 활용됐다. 

반면, 건강증진기금 조성 본연의 목적에 맞는 건강생활실천 사업에는 겨우 5% 안팎의 기금이 투입됐다. 건강증진연구조사에는 0.5% 정도의 예산만 쓰였다.

건강증진기금이 목적세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기금액의 상당 부분이 정부 현안과제사업에 즉흥적으로 투입돼 사용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로 말미암아 담뱃세를 올리는데 대한 흡연자들의 저항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담뱃세 인상이 현실화하자 애연가 커뮤니티 '아이러브 스모킹'의 정찬희 대외협력팀장은 최근 열린 담뱃세 인상 관련 토론회에 나와 "담뱃세 인상은 간접세 인상으로, 그동안 친서민 정책을 내세운 정부의 기조에 위배된다"면서 "부자 감세정책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서민 주머니 털어 메우려는 정부의 의도가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책연구기관과 국회입법조사처도 담배부담금이 도입목적과 맞게 흡연자를 위해 쓰이도록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혜련 연구위원은 "건강증진기금을 기금성격에 맞게 운용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선 사용 분야를 명시하는 등 기금예산의 배정순위와 배분기준 등을 법률로 규정해 기금사용의 적절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14국정감사정책자료에서 "원칙적으로 담배부담금은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국민건강보험을 지원하는 데 주로 쓰이는 기금을 의무적으로 흡연자들의 의료비에 먼저 충당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배부담금이 정부 재정조달 목적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고 '집단 효용성 요건'을 충족하려면 어디까지나 흡연자를 위해 일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호주는 담배법에 따라 건강증진기금 예산의 30% 이상은 건강증진 목적으로, 30% 이상은 스포츠에, 20%는 연구와 평가에, 12%는 흡연관련 건강문제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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