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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담뱃값 인상, 세계 최고 흡연율 낮출까

입력 : 2014-09-11 14:25:49 수정 : 2014-09-11 14: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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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격 인상으로 8%p 낮아질 것", 학계 "가격+금연정책 병행해야 20%대 진입 가능" 정부가 지난 10년동안 2천500원에 묶여있던 담뱃값(담뱃세 포함)을 2천원 정도 올리겠다는 입장을 11일 공식 발표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가장 큰 인상 명분은 '국민건강 보호'이다. 현재 우리나라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만큼, 담뱃값을 올려 '흡연대국'의 오명을 벗겠다는 얘기이다.

담뱃값 수준과 담배 수요가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 사례나 학계 연구결과 등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흡연과의 전쟁'에서 제대로 이기려면, 담뱃갑 흡연경고그림 등 가격 외 금연 정책의 수위도 함께 높여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정부 "2004년 500원 인상에 흡연율 13%p 떨어져…해외도 비슷"

우선 정부는 앞서 2004년말 담뱃값 인상(2천원→2천500원) 후 흡연율이 낮아졌다는 사실을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금연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시 담뱃세를 500원 올리자 57.8%에 이르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2004년 9월)이 44.1%(2006년 12월)까지 13%포인트(p)이상 떨어졌다. 특히 구매력이 약해 가격 변화에 민감한 청소년의 흡연율은 6개월만에 4분의 1 정도 뚜렷하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도 "담배가격에 대한 소비 탄력성을 0.425로 추계했을 때 이번 담뱃값 인상(2천원)으로 8%포인트(p) 정도 흡연율이 낮아질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가격 탄력성이 3배이상 높아 청소년에게는 강한 금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함께 담뱃갑 흡연 폐해 경고그림 삽입, 편의점 등 소매점의 담배 광고·후원 금지 등의 비가격 정책이 뒤따르면 결과적으로 현재 43.7%(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이르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20년께 29%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담뱃값(담뱃세) 인상에 따른 담배 소비 또는 흡연율 감소 효과를 뒷받침할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남아공은 1993년 1.46란드(R)에 불과했던 담배 소비세를 2009년 6.98란드로 인상하는 등 전체 담뱃값 가운데 세금 비중을 32%에서 52%까지 늘려왔다. 이에 따라 담뱃값이 같은 기간 6.69란드에서 20.82란드로 올랐다. 가격 부담 때문에 16년(1993~2009년) 사이 연간 담배 판매량은 30%(18억갑→12억갑)나 줄었고, 1993년 32%였던 성인 흡연율도 2008년 20.5%로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담뱃세 인상의 단기 효과도 뚜렷했다. 2009년 연방 담배 소비세가 61.66센트 늘어 담배가격이 22% 정도 오르자, 담배 판매가 곧바로 1년 사이 11% 줄었다. 성인 흡연율도 2008년 20.6%에서 2010년 19.3%로 떨어졌고, 특히 청소년 흡연율이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 "담뱃값, 금연의 절대적 요인 아니다" 반론도

그러나 담뱃값 인상의 금연 유도 효과가 정부 주장 만큼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담뱃값 인상을 '우회적 증세'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납세자연맹은 "복지부가 13% 흡연율 감소를 모두 담뱃세 인상 효과라고 말하지만, 복지부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담배를 끊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6.2%)이 아닌 본인과 가족의 건강(69.9%)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연맹은 담뱃값의 변화가 없었던 2009~2012년 지속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진 사실을 들어 담배가격과 흡연율 사이에 절대적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남성 흡연율은 복지부 자체 흡연율 조사 결과 2009년 43.1%에서 2011년 39%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2010년 48.3%에서 2012년 43.7%로 각각 하락했는데, 복지부 논리대로라면 사실상 물가 상승률만큼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졌음에도 흡연율이 낮아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특히 하위 소득층 여성의 흡연율이 500원 인상 직후 8.5%(2009년)에서 2011년 11.2%까지 오히려 높아진 점도 담뱃값 인상이 전지전능한 금연 수단이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됐다. 흡연 요인은 각 흡연자의 다양한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담뱃값을 올린다고 모든 계층의 흡연자에서 의미있는 금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연맹 등 담뱃세 인상 반대론자 주장의 핵심이다.

◇ 학계 "가격 2천원이상 올리고 비가격 정책 총동원해야 20%대 가능"

전문가들 역시 담배가격 인상만으로는 현재 40%를 크게 웃도는 우리나라의 흡연율을 끌어내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담배가격 정책과 흡연율 분석' 논문은 과거 실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정부의 여러 가격·비가격 금연 정책에 각각 효과 가중치를 두고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다른 비가격 정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담뱃값을 2천원 올리면 우리나라 흡연율은 44.5%(2011년 기준)에서 2015년 39.4%를 거쳐 2020년 37.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격 인상폭을 3천원, 4천원, 5천원, 6천원으로 키우면 2020년 흡연율은 각각 36.3%(감소폭 8.2%p), 35.5%(9.0%p), 34.9%(9.6%p), 34.4%(10.1%p)로 추정됐다.

반대로 가격 정책은 배제하고 내년부터 담뱃갑 포장 규제(흡연경고 그림, 문구 등), 직장·식당 금역 구역 설정, 청소년 접근 제한, 금연치료 등 비가격 금연 정책만 시행하면 시뮬레이션상 2020년 흡연율은 31.7% 수준으로 추정됐다.

결국 가격이건 비가격이건 한쪽 금연 정책만으로는 2020년 흡연율 목표인 29%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담뱃값을 2천원 올리고 동시에 비가격 금연 정책을 모두 사용하면 2020년 흡연율은 27%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논문에서 "최소 2천원이상 담뱃값을 올리고 비가격 금연 정책을 최대한 강화하지 않으면 20%대인 2020년 흡연율 목표는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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