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상무·조사관은 2년 구형
조 前부사장, 폭언·폭행은 인정… 항공기 회항 사실은 극구 부인 ‘땅콩회항’ 사태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이 구형됐다. 함께 구속기소된 여모(58)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 국토교통부 김모(55) 조사관은 각각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사건의 발단을 끝까지 승무원과 사무장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한 사과와 반성은 비난 여론에 못 이겨 한 것일 뿐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렵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땅콩회항’ 사태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태운 호송차량이 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여 상무는 증거인멸을 주도하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의 조직적 은폐행위를 알면서 묵인 방조하고 국토부 자체 감사를 앞두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각각 실형을 구형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은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가장 중한 범죄인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죄를 두고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항공보안법상 ‘운항중’은 승객 탑승 후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이며, ‘항로’는 항공기 문이 닫힌 때부터 열리기 전까지 항공기가 운항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경로를 지칭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폭언·폭행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항공기 회항 사실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하기를 지시했지만 기장에게 최종 판단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비슷한 말을 했지만 움직이는 비행기를 세우라는 게 아니라 비행을 시작하기 위한 모든 절차를 중지하라는 얘기였다”며 “당시 매우 흥분한 상태였고 이 상황에 집중해야했기 때문에 이동중인 상태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 폭행과 하기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지만, 승무원의 매뉴얼 위반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사건 발단의 1차적 책임을 승무원에게 돌렸다.
조 전 부사장은 여 상무에게서 국토부 조사 때마다 ‘법 저촉상황이 없도록 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세한 보고 내용을 읽지 않아 ‘조사 방해’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여 상무는 땅콩 회항에 대한 최초 보고서 삭제와 압수수색 때 컴퓨터를 바꾸도록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실은 부인했다.
김 조사관은 여 상무와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조사를 위한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또 여 상무와 금품을 주고받은 것은 모친 재산에 대한 세금 회피하기 위해 계좌로 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땅콩 회항’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박 사무장이 법정에 출석, 사건 이후 50여일 만에 처음으로 조 전 부사장과 대면했다. 박 사무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 번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며 “약속했던 업무 복귀를 위한 조치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관심사병’ 이상의 ‘관심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다는 검사의 질문에는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 회장은 “박 사무장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으며, 어떠한 인사상의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권이선·이지수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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