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현주의 일상 톡톡] 사람과 달리 동물은 배신하지 않아요

입력 : 2015-05-18 05:00:00 수정 : 2015-05-18 05: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편집자주> 외로움과 허전함은 점점 현대인들의 숙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함께 할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들과 독립한 청년세대, 자녀를 떠나 보내고 여생을 맞이하는 노년층의 곁을 지키는 것은 가족보다 반려동물인 경우도 많아지는 추세인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 머무는 반려동물의 존재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우리사회에서 ‘말 못하는 짐승’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즉, 반려동물이 가족이자 친구이며 늘 내편이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또한 웃고 즐길 일이 줄어드는 삭막한 시대에 웃음을 선사하는 몇 안 되는 대상이기도 한데요. 물론 반려동물을 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고운 것만은 아닙니다. 반려동물에게 과도한 정성을 쏟거나 마치 사람처럼 대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으며, 반려동물 유기·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와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를 강조하는 주장도 커지고 있는데요.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인식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외로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 상당수가 반려동물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절반 이상인 54.1%가 반려동물을 현재 기르고 있거나 과거 양육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워 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만큼 반려동물을 가깝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전체 45.9%는 한번도 반려동물을 양육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을 양육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유와 함께 또 하나의 친구와 가족이 갖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자체에 대한 호감도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는 20대의 1~2인 가구 응답자가 단연 많았으며, 친구와 가족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사람들도 주로 젊은 1인 가구였다.

반려동물 양육 경험자들이 생각하는 반려동물 양육의 가장 큰 장점 및 긍정적 변화 역시도 또 하나의 친구와 가족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웃을 일이 많아지고 가족 분위기가 활기차진다는 응답도 많아, 반려동물의 애교와 재롱이 사람들에게 여유와 웃음을 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렌드모니터는 “반려동물의 양육이 특히 정서적인 측면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반려동물을 키울 때 느끼는 어려움으로는 대부분 동물을 혼자 두고 외출하기 어렵고, 배설물이나 털 문제 등으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밖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위생상 좋지 않으며, 냄새가 나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만족도도 비교적 높았다. 반려동물을 길러본 응답자 10명중 4명이 기르는 과정에서 후회해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20대의 경우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해 후회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답할 만큼 만족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54.5%가 가끔 후회한적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후회할 때가 많았거나 항상 후회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매우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 다른 사람들에게 반려동물 양육을 추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61.4%에 달해,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반려동물 관리가 힘들다는 점을 키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밝혔다. 또한 양육할 자신이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데다 집에 혼자 두고 다닐 수 없어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양육할 자신이 없다는 의견은 여성에게서 많은 반면,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한다는 응답은 남성에게서 많아 성별 인식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반려동물 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 결과, 전체 63.1%가 반려동물을 다루는 TV프로그램을 보면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응답했다.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남성보다 여성, 그리고 젊은 층일수록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또한 전체 78.5%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이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했으며, 절반 가량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할 것 같다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제법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반려동물 보호와 주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전체 10명 중 9명이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행위의 법적 처벌 수위가 높아야 한다고 바라봤으며, 공공장소 등에서의 반려동물 배설물 처리에 관한 법적 처벌 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하는 입장을 표한 것이다. 동물 유기·학대에 대한 처벌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시각은 20~30대가, 공공장소 등에서의 반려동물 배설물 처리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시각은 50대가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과보호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2%가 요즘 반려동물에게 과하게 정성을 쏟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바라본 것이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이런 인식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10명 중 6명은 반려동물을 너무 사람처럼 취급하는 것은 보기 안 좋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제’는 아직까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반려동물 등록제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 77.9%로, 아직까지 홍보가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도를 인지만 하고 있다는 응답은 72.3%, 등록까지 했다는 응답은 5.6%였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 중에서는 22.7%만이 반려동물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등록제도가 잘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반려동물 등록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전체 72.6%가 반려동물의 안전과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바라봤으며, 반려동물 등록제를 해야 유기하는 행위가 감소할 것이라는데 공감하는 의견도 74.6%에 달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등록제 관리시스템 자체를 믿을 수 있다는 의견은 36.8%로 낮은 수준이었다. 젊은 층의 불신이 좀 더 큰 편이었다. 또한 내장에 칩을 삽입하는 반려동물 등록제는 반려동물에게 아픔을 주는 시술이라는 데 공감하는 응답자가 전체 10명 중 6명으로, 현재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면서도 반려동물 등록제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이 꼽은 미등록의 가장 큰 이유도 마이크로칩 시술 부작용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