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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부부의 기쁨 "우리가 원했던 지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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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1 10:08:01 수정 : 2015-05-21 1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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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8일(현지시각) 결혼한 신 호튼(26)과 토니 하퍼(22·여)는 잉글랜드 브리스톨 출신으로 10대였을 때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됐으며, 나이 차는 있었지만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이 만나 친구가 되고, 결혼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호튼은 원래 ‘여자’였다. 같은 여학생으로서 하퍼를 알게 된 후, 호튼이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다.

호튼은 어린 시절 자신의 성과 관련한 고민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남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에게 하퍼는 같은 또래 여학생 중 처음으로 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엄마에게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싶다는 말을 하기 전이었다.

‘딸’의 고민을 처음 접한 호튼의 엄마는 놀랐지만 그의 생각을 응원했다. 호튼의 엄마는 “딸이 내게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난 남자예요’라는 말을 했다”며 “다소 놀랐지만 호튼에게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네 곁에 있겠다’고 격려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스무 살이 되던 해, 호튼은 수차례에 걸친 상담을 받고 나서 본격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성전환 수술도 받았으며, 호르몬 주사 덕분에 얼굴에는 거뭇한 수염이 자랐고, 목소리도 점점 굵어졌다.

몇 년 뒤, 호튼과 하퍼는 다시 만났고, 두 사람은 자기들의 우정이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결혼부터 올려야 했지만, 두 사람은 임신부터 도전했다.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했던 그 시점에 호튼의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결혼보다 손주를 먼저 안겨드리는 게 좋겠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인공수정에 수차례 도전했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그렇다고 포기할 두 사람이 아니었다. 이들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공수정에 도전했으며, 마침내 병원으로부터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날 호튼의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하퍼는 “몇 차례 임신에 실패한 상황이라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며 “어느날 병원에서 임신에 성공했다는 결과를 접하고 우리는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3일, 몸무게 약 3.9kg의 로매니 마틴을 낳았다.

하퍼는 “이제야 우리가 원했던 모든 걸 갖게 됐다”며 “내가 엄마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호튼도 “우리가 항상 원했던 상황이지만, 쉽게 마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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