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서울역에 도착한 뒤 일부 기자와 만나 거취 문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신중모드를 취했다. 이어 “(서청원 최고위원과 연락을) 따로 취한 것 없다”고 말했으나, 청와대 측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그것은 얘기 못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청 및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일인 28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주차 자리가 비어 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지역구인 대구에서 하루 머무르고 이날 오후 상경했다. |
그는 대통령이 뭐라 한다고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직을 함부로 던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최근 지인들과 만나 “만약 내가 이대로 물러난다면 당·청 관계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당 원내사령탑을 멋대로 갈아치우는 상황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직적 당·청 관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게다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의원들의 뜻을 따르는 게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엎드린 것도 의총 결의에 따른 행동이다.
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사퇴 이유’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는 게 유 원내대표의 소신이다. 개인사를 떠나 행정부와 입법부의 중대한 권한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 |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거론하는 최고위원 동반사퇴 카드에 대해 실효성이 낮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무너져 전당대회가 다시 치러지더라도 친박계가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는 친박계가 추진 중인 의원총회 재소집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으나 부정적인 입장이다.
관건은 김 대표 행보다. 유 원내대표로선 김 대표가 자진사퇴를 요청하는 경우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박 대통령의 2차 공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홍 격화는 유 원내대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호적 여론이 번지는 것은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주말동안 인터넷에선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유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댓글이 압도적이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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