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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에 집중된 ‘막강 권한’ 분산… 전문가에 경영 맡겨야”

입력 : 2015-09-11 18:45:03 수정 : 2015-09-11 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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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재향군인회 해부]下 전문가 진단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는 재향군인회(향군)가 지난 4월 조남풍(77·육사 18기) 회장 취임 이후 휘청거리며, 향군 안팎에서는 시급히 개혁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에게 경영을 맡겨 천문학적인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고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권단체로 변질된 향군을 친목 도모와 국가 봉사라는 애초의 설립 취지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회장 권한 분산 등 개혁 시급


향군 회장은 향군 본부, 산하 사업체 임직원 인사와 관련해 전권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이 규정을 무시하며 막무가내로 인사전횡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경영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직을 떠난 지 오래된 예비역들이 대거 영입되며 향군의 파행 운영은 불보듯 뻔했다. 조 회장의 전횡을 목격한 예비역들은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군 사정에 밝은 군 소식통은 “향군 본부의 주요 직위와 산하 사업체 임직원 인사를 회장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 발휘가 어렵다”며 “정해진 투명한 절차에 따라 임용될 경우 안정적인 경영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장이 바뀌더라도 사업체 임원들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보은인사’의 원인인 선거캠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영관급 예비역은 “선거에서 이길 경우 후보자 선거캠프의 논공행상은 불문가지”라며 “선거캠프를 꾸리는 대신 후보자별로 선거공약을 향군 내부게시판에 올리고, 투표 당일 대의원들에게 연설하는 것으로 선거운동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회장 선거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했다. 전직 향군 관계자는 “현행 향군 선거 규정은 회장 선출 방법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돈 봉투 살포, 금품수수 등 선거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미흡하다”며 “대의원 숫자도 350여명에 불과해 후보자들이 ‘대의원 매수’ 유혹에도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직자 선거법을 준용해 엄격한 선거 규정을 마련하고, 회장 선거의 전 과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차제에 아예 회장 선거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향군 관계자는 “현 선거제도를 유지할 경우 준범죄자나 도둑들이 득실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군 회장 직선제를 없애는 대신 위원회 등을 통한 간선제나 정부의 임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KIDA) 한 관계자도 “향군 설립 취지는 이익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사업보다는 봉사와 친목도모, 유사시 국가안보의 뒷받침 등이 우선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특유의 ‘기수문화’ 극복도 관건

또 다른 걸림돌은 직업군인 특유의 ‘기수문화’다.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분명한 직업군인 특유의 기수문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향군 개혁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 취임 이후 불거진 일련의 향군 사태와 관련,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상당수의 예비역들이 인터뷰를 거부한 것도 이 같은 기수문화와 무관치 않다. “향군의 여러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선배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 7월31일 보훈처 간부가 조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최근 향군 사태와 관련해 조 회장이 결자해지를 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여론이 높다”며 사실상 사퇴를 권고한 데 대해 조 회장은 호통을 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조 회장은 “육사 럭비부 후배인 박승춘 보훈처장이 내게 이럴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육사 후배는 영원한 후배라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는 듯한 발언이다.

감독기관인 보훈처는 7월 말 향군 특별감사에서 사업체 대표와 임직원 25명이 공개채용 절차도 거치지 않고 채용된 점 등을 들어 한 달 안으로 이들의 임용을 취소하라고 명령했지만 향군은 이 중 21명을 다시 기용했다. 이후 보훈처는 고발조치 등을 통해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었지만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박 보훈처장으로선 육사 선배인 데다 럭비부 선배이기까지 한 조 회장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조 회장은 국정감사 기간과 겹쳐 논란을 빚었던 해외 출장도 보훈처의 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떠났다. 일정은 대부분 ‘외유성’으로 점철됐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체육관에서 열린 ‘안보결의 및 청년단 전진대회’도 보훈처의 권고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군 관계자는 “세월이 흘러도 군에 뿌리박힌 기수와 서열 문화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물론 직업군인들의 ‘상명하복’과 ‘기수문화’는 군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해 국가안보에 중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단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문제점을 거론하고 비판하는 것을 꺼리게 되면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고 부패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군 관계자는 “향군 조직 외에 다른 예비역·유공자 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향군을 ‘투 트랙’으로 운영하는 등 개방성을 높이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향군 노조 관계자도 “향군 직원과 회원들은 대외적인 측면을 고려해 회장의 자격으로 계급과 연령을 중시해왔지만, 최근 사태를 겪으며 ‘향군을 위하고, 국가안보에 헌신한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이등병 출신이라도 문제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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