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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개혁 이제 반환점… 가야 할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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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3 20:47:46 수정 : 2015-10-13 21: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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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하루는 1년처럼 길었는데 7개월은 하루처럼 짧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취임 이후 그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답한 말이다. 임 위원장은 관료로 재직하던 시절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 ‘위기해결사’ ‘조정의 달인’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1년8개월간 농협금융지주회장 시절에는 놀라운 경영수완을 발휘하면서 ‘금융가의 제갈량’이 추가됐다. 그는 이 시절 범금융대토론회에서 “규제완화를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 ‘절절포선생’이라 불리기도 했다. 임위원장은 취임 이후 현장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남다른 안목과 지혜로 금융개혁 작업을 주도해왔다.

그는 “이번 금융개혁이 과거와 다른 점은 현장 중심”이라며 “현장에서 집행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민간에서 느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금융개혁은 무척이나 힘겨웠던 모양이다. 임위원장은 “금융산업이 국가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기대했던 만큼 금융개혁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아직까지 국민이 체감할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반성이자 고백이다.

그러나 그는 ‘절절포선생’이 아니던가. 임 위원장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개각관련 질문에 “금융개혁은 위원장으로 부임한 이유이고 가장 큰 소명”이라고 답했다. 이제 금융개혁은 반환점을 돌고 있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한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오후 금융위 집무실에서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지난 3월 취임 후 7개월가량 지났다. 그간 소회는.


“금융개혁과 금융 시스템 안정, 금융의 자금 중개 기능 3가지에 주력했다. 먼저 금융개혁과 관련해 핀테크(금융기술),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70개 어젠다를 설정해 46개는 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금융의 건전성, 영업활동 시장질서 확립, 소비자 보호 등 각 분야별 그림자규제 개선 방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금융 시스템 안정은 부채 관리에 있다. 가계부채에 있어서 안심전환대출로 은행권 부채의 질을 개선했다. 자금중개 기능 부분은 경제 혈맥인 금융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개혁 성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대통령의 발언은 금융개혁이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한다. 금융산업이 국가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순위(금융분야 140개국중 87위)가 문제가 아니라 금융 부문이 국가경쟁력의 발목 잡는 사실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개혁이 그래서 필요하다. 경제 살리는 데 혈맥인 금융이 앞장서야 한다. 금융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국가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는 금융 경쟁력을 쇄신해보자는 것이다. 국민이 금융개혁을 알기 어려운 것은 금융시장과 금융사에 대한 당국의 태도를 바꾸고, 시장과 회사를 바꿔야 그 영향이 국민에 미치기 때문이다. 정책 경로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또 법률이 통과돼야 하는데 법안이 처리가 안 되고 있다. 금융은 규제를 풀 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과 소비자 보호방안이 같이 나와야 한다. ”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어떻게 풀 것인가.


“가계부채가 확대된 이유는 금리가 낮아졌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또 전셋값 상승으로 집 사는 게 낫다 보니 부채가 늘었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9% 정도 된다. 작년 기준 경상소득 증가율이 4% 정도다. 소득에 비해 빚 증가속도가 빠르다. 그렇다고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부채 구조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가 34%, 분할상환이 36%로 질적인 구조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처음부터 빚은 분할상환하도록 하고, 상환 능력 내에서 갚도록 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할 것이다. 대출 받을 때 소득 증빙을 분명히 하고, 금리 상승 시 추가 상환 부담이 생길 텐데 그 가능성을 고려해 대출해주는 금액을 정해주는 공식을 만들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거다. 종전보다는 (대출을)적게 받을 것이다.”

―기업부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현재 은행에서 1900개 정도의 중소기업에 대해 개별 신용평가를 하고 있다. 이달까지는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올해는 범주를 확대해서 하고 있다. 기업 부채는 당장 연체율이나 부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 하지만 3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 수익성 나빠지고 있고, 저금리다 보니 연명할 금융환경이 돼 있다.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생산적으로 가야 할 자금이 한계기업을 연명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만일 대내외 환경 변화 시 부실화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의 효과가 있을까.


“핵심은 재산이 많거나 적거나 모든 사람이 자기 재산을 어떻게 지키고 노후에 대비하는가다. 국민의 고민을 금융회사들이 고려해야 한다. 자산운용을 자문할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전문성 있는 자산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장을 구축할 것이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했던 상담 서비스를 서민들도 자문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상품의 다양성을 확대할 것이다. 금융개혁을 통해 국민이 재산을 늘릴 수 있도록 체감토록 하자는 게 이 프로젝트다”

―안정자산보다는 투자상품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나 미국 등 저금리를 경험한 나라의 가계 포트폴리오를 보면 투자상품 비중이 크다. 미국의 투자 상품 비중은 45%다. 우리는 10% 수준이다. 저금리 시대에 안전성만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겠는가. 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투자 상품만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포트폴리오를 가지도록 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적금금리 연1%대면 자산을 늘릴 방법이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잘될 수 있는 여건이 좋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굉장히 발전돼있다. 국민의 ICT 활용도도 굉장히 높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비교해 똑같은 영역을 갖고 다투면 잘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계좌 개설, 이체 모든 것을 모바일 하나로 할 수 있는 금융상품 및 영업 형태를 선보여야 한다. 또 우리 대출은 양극화 경향을 보인다. 은행은 5% 이하 대출을, 서민금융대출은 30%를 넘고 그 사이 중금리 대출이 단절돼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빅데이터와 자신의 플랫폼이 있다.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산업은행이 과도하게 비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금융의 산업지배를 연상케 한다.

“1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118개다.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의 투자지분이다. 산업은행 자회사에 대한 정리 계획을 마련하겠다. 투자목적이 달성되면 과감히 정리해나가도록 하겠다. 중요한 건 사후책임일 텐데 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미·중, G2 리스크(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를 언급했는데, 금융 분야에서도 대응이 필요하지 않나.

“제일 중요한 건 금융기관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나 봐야 한다. 만일 자본유출이 일어나면 외환위기처럼 외화가 없어서 빌려와야 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기본 대응이다. 외화유동성에 대해 수시로 점검하고 있고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역시 가계부채를 위험을 줄여주고, 기업 한계기업을 걷어내고, 충격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

대담=주춘렬 경제부장, 정리=이귀전 기자, 사진=이재문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 약력


●전남 보성(1959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시 24회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금융정책심의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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