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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도둑고양이는 없다…고양이는 죄가 없다"

입력 : 2017-05-25 17:00:00 수정 : 2017-05-24 09: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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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는 길에 살고, 들고양이는 들에 산다?

한 들고양이가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길고양이'와 '들고양이'의 법적 기준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길고양이를 죽이면 법적 처벌 받지만, 들고양이는 총기포획이 허용되고 있다.

또 관리 방식도 달라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야생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사는 장소에 따라 길고양이와 들고양이로 나뉜다.

우선 주택가에 사는 길고양이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리를 맡고,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반해 공원이나 산에 서식하는 들고양이는 환경부 소관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적용된다.

◆길고양이 vs 들고양이, 법적 기준 다른 까닭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둘의 처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길고양이는 보호 대상이다. 함부로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학대를 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야생 생활을 하는 들고양이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동물 취급을 받는다. 설치류나 조류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의 '들고양이 포획·관리지침'을 보면 야생동물이나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 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포획도구는 덫과 함께 총기사용도 가능하다. 생포 후 처리방법 역시 안락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의 한 동영상에는 남성이 철창 속에 갇힌 고양이를 상대로 가학적인 행동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장면이 담겨 있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야생의 들고양이 못지않게 주택가 길고양이도 골칫거리다. 쓰레기통을 마구 뒤지거나 음산한 울음을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올해 초 경기도 포천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죽은 고양이처럼 질병을 옮기는 매개로도 지목된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적어도 총기에 맞을 일은 없다. 유기견처럼 보호시설을 거쳐 안락사 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대신 정부는 길고양이 관리를 위해 '중성화(TNR)'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길고양이를 붙잡아 중성화한 뒤 다시 풀어놓는 개념이다.

◆고양이 운명 임의로 가르는 분류방식 문제 있어

실제 서울시는 올해 9000마리의 길고양이를 TNR 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도 5000마리 사업계획을 내놓는 등 이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양이의 운명을 임의대로 가르는 지금 같은 분류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도심에는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는 길고양이가 살고 있다. 정확한 개체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부터 동물학대를 막고, 복지 안전장치를 강화한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법 시행으로 길고양이와 들고양이의 차별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 시행에 맞춰 들고양이에 대한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대학생 김모(26)씨는 "최약 생명체인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 도덕성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다"며 "길고양이건, 들고양이건 결국 우리 인간들이 버린 것이다. 인간이 저지른 일의 피해는 언제나 동물들이 당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37)씨는 "마음껏 가지고 놀다 버리는 소위 '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모든 애완동물은 철저하게 통제 및 관리되어야 한다.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등록제를 실시해 미등록 사육자에게 수천만원의 막대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부 박모(41)씨는 "애완동물을 유기한 이들은 무조건 징역형에 처하는 등 강력한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또 애완인들을 대상으로 '애완동물세(稅)'를 신설해 유기범을 단속하고 유기동물을 구제하는 행정적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모든 사랑엔 책임이 뒤따르는데 말 못하는 동물 사랑도 결코 공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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