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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이냐구요? 동네 우체국입니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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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28 10:16:22 수정 : 2024-01-28 10: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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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색 입혀 재건축… 명소가 된 우체국

대표 관광지·특산물·역사 등 특색 살려
복지시설 함께 입주 ‘주민 사랑방’으로
2027년까지 전국 400여곳 새단장 목표

거친 파도를 타는 서퍼가 우체국 벽을 뚫고 들어가는 듯한 조형물이 입체적으로 벽면을 장식한 멋진 건물이 시선을 끈다.

 

서퍼의 성지라 불리는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 외벽에서 파도에 올라탄 서퍼가 벽을 뚫고 들어가는 듯한 입체적 조형물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에서 겨울 서핑을 마치고 나온 서퍼들이 흥미로운 듯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재건축으로 새롭게 문을 연 서퍼의 성지라 불리는 양양 현남우체국의 색다른 모습이다.

 

재건축 전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
어린이들이 새롭게 문을 연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윤철민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 집배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우체국에 체험 온 딸 윤시하에게 업무를 알려주고 있다.
윤철민 집배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에 체험 온 딸 윤시하에게 집배원 모자를 씌우고 있다.

“단골로 자주 찾는 곳인데 흔한 관공서 건물이 지역 특색을 잘 살린 멋진 우체국으로 변신해서 볼 때마다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동네에 살며 9년째 서핑을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죽도해변에 서핑을 즐기러 오는 서퍼 친구들도 재미있어해요.” 날렵한 서프보드를 들고 슈트를 차려입은 최윤선(39)씨가 우체국에 들어서며 말한다.

 

어둠이 내리고 황금사과 조형물에 조명이 켜진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 앞을 주민들이 바라보며 지나고 있다.
재건축 전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

노후한 전국의 우체국 건물들이 과거 단순한 네모난 벽돌 건물이라는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색과 역사, 문화, 특산물을 반영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지난해 약 1000억원을 들여 먼저 착공한 50개 우체국 재건축 결과물이 지난해 말부터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상환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장이 새롭게 단장한 우체국을 찾은 주민들과 정선을 소개하는 우표를 보며 지역의 현안에 대해 대화하며 차담을 하고 있다.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 외벽에 설치된 지역 특산물 사과 조형물을 배경으로 주민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우체국은 단순히 외관만 변하는 게 아니다. 지역 주민이 평소에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주민복지 안성맞춤 공간과 장애인·노인 돌봄 시설, 학생들의 체험 공간, 소상공인 창업·혁신을 돕는 창업지원센터 등이 들어선다. 장애·비장애인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BF) 획득도 추진한다.

사과가 주요 특산물인 강원 정선군 임계우체국에는 사과 모양 조형물에 조명이 설치되어 한적한 시골의 밤을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또 전남 고흥군 소록우체국은 광복 직후 사용돼 현재 충남 천안시 우정박물관에 전시된 소록우체통을 본떠 만든 우체통 조형물을 세웠다.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 누리호의 발사장으로 유명한 고흥 풍양우체국은 지역 특산품인 유자와 나로호 캐릭터를 세워 주민 사랑을 받고 있다.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은 지역 특산물 황금사과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조명을 밝히며 새롭게 꾸며졌다.
심상환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장이 새롭게 단장한 우체국을 찾은 주민들과 정선을 소개하는 우표를 보며 지역의 현안에 대해 대화하며 차담을 하고 있다.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 외벽에 설치된 지역 특산물 황금사과 조형물을 배경으로 주민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지역의 노후 우체국 재건축을 통해 우체국이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7년까지 400여개 재건축을 목표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편안하고 친근한 우체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우체국 체험에 참여해 집배원 옷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이정화(58) 현남우체국장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다. 우체국 소포가 접수되어 전국에 배달되는 과정을 신기한 듯 배워보고, 일일우체국장 체험도 거뜬하게 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은 고사리손을 눌러 글씨를 써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엽서도 직접 보내 보며 우리 동네 우체국의 편리함과 고마움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손 글씨로 엽서를 쓰고 있다.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손 글씨로 엽서를 쓰고 있다.
이정화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장이 우체국에 체험 온 어린이들에게 택배가 접수되어 전국에 배달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일우체국장으로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 체험 중인 함형록 학생이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윤철민(41) 현남우체국 집배원의 딸인 윤시하(8)양도 아빠 직장에서 체험을 함께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궁금했는데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니 아빠가 멋지고 자랑스러워요.” 아빠가 직접 입힌 집배원 옷과 모자가 어색한 듯 아빠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친근한 동네 우체국. 지역의 모습을 특색 있게 잘 보여 주면서 주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공간으로 재탄생해 고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길 기대한다.


양양·정선=글·사진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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