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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한국정치, ‘라그랑주’ 도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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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3 23:39:27 수정 : 2025-05-14 09: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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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주 평형점 L4 개척 도전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듯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도
갈등 봉합할 새 대통령 나오길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한·미 민간 우주대화’를 개최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주도하는 글로벌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한국 참여 확대 등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선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라그랑주 L4 임무 협력 방안’도 함께 다뤄졌다.

라그랑주는 두 개의 천체가 끌어당기는 인력이 위성 같은 작은 물체가 움직이는 구심력과 일치하는 곳을 말한다. 예를 들어 태양이 당기는 힘과 지구가 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평형점을 의미한다.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루이 라그랑주가 이 지점들을 발견해 라그랑주점(Lagrangian point)이라 불린다.

이귀전 외교안보부장

라그랑주점에 위성을 보내면 지구와 태양 사이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지구와 함께 공전을 하게 된다. 기존 위치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들지 않기 때문에 위성은 연료를 많이 쓰지 않고도 오랜 기간 안정적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구와 태양 두 천체 사이에는 5개의 라그랑주점이 존재한다. L1부터 L5로 칭하는데 L1부터 L3는 지구와 태양을 잇는 가상의 직선 위에 각각 위치해 있고, L4와 L5는 지구와 태양을 꼭짓점으로 해서 각각 위아래로 정삼각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지구와 가까운(약 150만km) L1과 L2는 각각 태양에서 지구 사이와 지구 그림자 방향에 위치해 있다.

L1과 L2에는 이미 미국, 중국 등 우주기술 선진국들이 많은 위성을 보내고 있다. L1에는 나사와 유럽우주국이 1995년 보낸 위성 소호(SOHO)가 태양 관측을 하고 있고, 중국 창어 5호도 2021년 위치해 심(深)우주 실험을 하고 있다. L2에는 인류가 개발한 최고 성능의 우주 망원경 제임스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구 기준 태양 반대쪽에 있는 L3는 태양∼지구 거리의 2배 되는 곳에 있어 이용 가능성이 작다.

L4와 L5는 아직 우주선이 간 적 없는 미개척지다. 우리 정부는 다른 나라가 보내지 않은 라그랑주 L4에 2035년까지 태양관측 탐사선을 보내는 전인미답의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달·화성 탐사 임무를 해내기에도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라그랑주 L4 탐사는 무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우주의 평형점 라그랑주에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보낸다면 미국, 중국, 유럽 등 우주기술 강국과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국제 사회에서 우주 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라그랑주 얘기를 꺼내 든 것은 지금 한국의 상황이 전인미답의 라그랑주 탐사와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우주에 두 개 이상의 천체에서 받는 인력이 상쇄되는 특이점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정치적 라그랑주를 찾아야만 하는 시기다.

오랜 기간 위성이 안정적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력 평형점 라그랑주 L4가 분명 어디에 있는지 알지만 우주선을 도달케 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하려면 서로를 인정하고 타협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력이 필수다. 목표가 어딘지, 정답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 닿는 것이 가능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판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과정 등에서 진영 간 대립은 극단을 향했다. 정치 성향을 넘어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간 독선과 아집으로 민주주의 요체인 삼권분립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선이 시작됐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통합을 말하고 있지만 선거 후 우리 사회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진짜 대한민국’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새롭게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외치며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진짜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려면 우주의 평형점 라그랑주처럼 서로 자기 입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대립을 상쇄할 수 있는 라그랑주가 필요하다. 6월 3일 결정되는 새로운 대통령은 5년간 임기 중 우리 사회의 라그랑주를 찾지 못하더라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귀전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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