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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운동해도 치매 위험?”…뇌를 망치는 ‘하루 13시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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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30 21:00:00 수정 : 2025-07-01 05: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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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만으론 부족”…하루 권장량 채워도 오래 앉아 있으면 뇌 위축 빨라져

규칙적인 운동을 해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뇌가 더 빨리 위축되고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감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이 운동이 앉아 있는 시간의 해로움을 상쇄한다고 믿어왔던 통념과는 상반된 결과다.

 

규칙적인 운동을 해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뇌가 더 빨리 위축되고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감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테네시주 밴더빌트대학 기억·알츠하이머 센터 연구진은 치매 병력이 없는 404명의 노인(평균 연령 71세)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신체 활동과 뇌 변화의 연관성을 추적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손목에 착용하는 정밀 활동 측정기를 활용해 초당 30회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그에 따라 정지 상태, 가벼운 걷기, 격렬한 활동 등을 구분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수준인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운동을 실천하는 활동적인 노인들이었다. 이들이 하루 평균 앉아 있는 시간은 약 13시간이었다. 활동량과 별개로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알츠하이머 위험 부위 뇌 위축

 

연구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뇌 부위인 해마와 대뇌피질의 두께가 얇아졌다. 기억력 검사 성적도 낮았다. 사물 이름 대기, 정보 처리 속도 등 인지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장기간 앉아 있는 습관은 유전적으로 치매에 취약한 사람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아포지 단백질 APOE-ε4)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뇌 부피와 전두엽, 두정엽의 위축 정도가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APOE-ε4 보유자의 경우 신체 활동 수준과 무관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신경 퇴행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뇌 건강도 ‘비활동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습관이 심장질환, 당뇨, 일부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뇌 건강 역시 ‘비활동 시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뇌혈관 손상, 염증 증가, 뇌세포 간 연결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전문가들은 “하루 운동 권장량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뇌 건강을 충분히 지킬 수 없다”며 “운동과 별개로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습관 자체가 뇌 구조와 기능에 해를 끼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 움직이느냐”

 

전문가들은 “운동을 하는 것과 오래 앉아 있지 않는 것은 별개의 건강 행동이다. 2가지 모두가 뇌 건강에 중요하다”며 “유전적으로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일수록 일상 속 ‘비활동 시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해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뇌가 더 빨리 위축되고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감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일상에서 어떻게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연구진은 업무 중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하거나 짧게 걷기, 스탠딩 책상 사용, 대중교통 이용, 가까운 거리 도보 이동 등을 실천 가능한 예로 들었다. 중요한 것은 활동의 강도뿐 아니라‘활동의 연속성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안심하지 말고, 가능한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활동적인 생활뿐 아니라 비활동적인 습관의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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