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 제조사 대진침대가 소비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라돈 사태와 관련해 침대 회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이모씨 등 소비자 130여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대진침대가 구매자들에 대해 매트리스 가격과 위자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함께 매트리스를 사용한 구매자 가족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진침대 매트리스는 2018년 5월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로,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당 매트리스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매트리스 속커버나 스펀지에 방사성 모나자이트 성분의 음이온파우더가 도포된 일부 제품에서 연간 피폭선량이 법적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라돈(Rn-222)과 토론(Rn-220)으로, 365일 동안 매일 하루 10시간씩 매트리스에 밀착해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피폭선량은 최대 9.35mSv다.
이에 소비자들은 대진침대가 제조한 매트리스를 사용해 질병이 생기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23년 나온 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다.
재판부는 “대진침대가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방사성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제품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었다”며 “당시에는 가공제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의한 인체 피폭량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기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기술 수준에 비춰 (대진침대가)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매트리스 제조 및 판매 행위가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등 법질서에 반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측이 피폭량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또 “매트리스로 인한 최대 연간 피폭선량은 13mSv로, 저선량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라돈에 노출된 경우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방사성 물질에 지속 노출돼 신체의 건강 상태에 위험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결과는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대진침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 “대진침대가 매트리스 가격과 위자료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정된 위자료는 1인당 100만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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