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 대변 면역화학 검사가 병원에서 시행하는 대장 내시경만큼이나 대장암 조기 발견과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복잡한 장 정결이나 진정제가 필요 없는 비침습적 검사 방식이 기존 내시경 검사와 동등한 수준의 예방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초가공 식품과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고 식이섬유 섭취는 줄어드는 식생활 변화 속에 50세 미만 젊은 층의 대장암 발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할만한 연구다.

이번 연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클리닉 병원의 안토니 카스텔스 박사와 카나리아 제도 대학병원의 엔리케 퀸테로 박사가 이끈 ‘COLONPREV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스페인 8개 지역의 15개 3차 병원과 협력해 총 5만7404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시험을 실시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참가자 절반은 한 번의 대장 내시경을 받도록 하고, 나머지 절반은 2년마다 FIT 키트를 사용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10년 동안 모든 대장암 진단과 사망 사례를 추적 관찰했다.
◆“대장암, 집에서도 조기 발견 가능”
참가자는 연구 시작 당시 대장암과 관련된 병력이 없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50~69세 성인이었다. 구체적으로 △대장암·선종·염증성 장질환 병력 △유전성 대장암 병력(1촌 가족 2명 이상이 대장암 환자이거나 60세 이전 대장암 진단 가족이 1명 이상) △심각한 동반질환 △과거 대장 절제술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됐다.
10년간 대장 내시경 그룹에서 55명, FIT 그룹에서 60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비율로 따지면 각각 0.22%와 0.24%로, 두 그룹 간 차이는 0.02%포인트에 불과했다. 연구가 설정한 ‘비열등성 기준(0.16%)’을 충족한 것으로, 대변 검사가 내시경만큼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대장 내시경은 장 정결제 복용, 진정제 투여, 검사일 휴가 등 준비가 복잡한 반면 FIT 검사는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 비슷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의미가 크다.
◆대장내시경 vs 대변검사…사망률 차이 0.02%P 불과해
대장암은 2022년 기준 국내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 암이다. 전체 암 발생의 11.8%를 차지한다.
지난 10년간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의 약 95%는 잘못된 식습관, 비만, 운동 부족, 흡연과 음주 등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가족력이 없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대장암 검진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구를 주도한 카스텔스 박사는 “간편한 대변 검사가 번거로운 내시경과 동일한 수준의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50세 미만 젊은 층에서 대장암 발병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누구나 쉽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일반적으로 가족력이 없는 경우 50세부터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
부모나 형제자매 중 한 명이라도 60세 이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면 40세부터, 혹은 진단받은 연령보다 10년 이르게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검진은 증상이 있을 때 받는 것이 아닌 암이 생길 틈을 주지 않는 사전 예방”이라며 “간편한 방법으로도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메시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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