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혐오 뒤얽힌 혼란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별력’
양심에 따른 용기·지혜 갖춰야
지난 4월 13일, 인류 화합과 평화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해 온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숭고한 뜻이 담긴 ‘천원궁 천일성전 입궁식’이 장엄하게 거행되었다. 이날은 종교의식의 경계를 넘어 사랑과 진실, 공생과 공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새로운 문명 전환의 출발점이자, 하늘의 섭리가 이 땅 위에 실제로 드러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 영광과 감격의 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금 현실의 시험대 앞에 서게 되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왜곡된 시선, 갈등과 혐오가 뒤얽힌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흔들리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하늘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너희는 지금, 하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너희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맑고 정결한 마음으로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성경 속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여호수아와 갈렙과 함께 한 그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여 난공불락의 여리고성을 무너뜨리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 승리는 군사력도 전략도 아닌 하늘과의 일체 된 믿음이 낳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마주한 ‘아이성’ 전투에서는 믿기 힘들 정도의 참담한 패배를 겪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인간적 교만과 방심 그리고 공동체 안에 잠재해 있던 하늘에 대한 불순종이 그 원인이었다.
유다 지파의 아간은 하나님께 바쳐야 할 전리품을 몰래 숨겼고 이 행동은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 여호수아는 이 비극 앞에 울부짖으며 회개했다. 하나님은 그에게 “너희는 스스로 성결케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다시 정결함을 회복했을 때, 비로소 하늘의 인도는 다시 시작되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이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교훈을 마주하게 된다. 한학자 총재는 천원궁 천일성전 입궁식을 준비하며 “모든 면에 그림자가 없어야 한다”, “삿된 것을 정리하라”라고 당부했다. 이 말씀은 단순한 외적인 정리정돈을 하라는 요청이 아니었다. 우리의 마음과 양심, 공동체 전체의 중심이 하늘 앞에 정직해야 한다는 깊은 신앙적 요청이었다.
지금 이 시대의 ‘아간’은 누구 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작은 어둠들, 탐욕이나 자만, 정욕, 불신, 침묵하는 태도이다. 물질을 좇는 아간, 왜곡된 정보를 나르는 아간, 진실에 침묵하거나 불의에 무관심한 아간이 우리 마음 안에 숨어 있다면 하늘의 뜻은 그 안에 머물기 어렵다. 공동체가 내면의 정결함을 회복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어김없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이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별력’이다. 무엇이 하늘의 뜻에 합당한 일인지, 무엇이 공동체의 생명을 해치는 것인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이것은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이다. 침묵보다는 진실을 말하고 방관보다는 책임지는 자세가 미래의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 된다. 우리가 신앙의 중심을 잃지 않고 공동의 책임을 나누어 감당할 때 하늘의 질서는 지켜지고 진실은 회복할 수 있다.
하늘은 공의로우시되 자비로우시다. 언제나 용서와 회개의 길을 열어두고 계신다. 우리가 다시 중심을 세우고 마음을 맑게 한다면,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의 아픔은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성경은 말한다. “아골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주리니.” 지금의 시련은 고통이 아니라 더 깊은 성찰과 정결함으로 이끄는 하늘의 부르심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더욱 진실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정직하게 회개하며 무엇이 옳은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할 때이다. 진정한 믿음은 양심에 대한 정직함과 하늘을 향한 일편단심에서 비롯된다.
천원궁 천일성전 입궁식으로 열린 새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펼쳐졌다. 그 소망의 문 안에 들어갈 자격은 ‘삿된 것을 분별하고 성결을 이룬 자’에게 주어진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우리 안의 ‘아간’을 분별해야 한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하늘의 역사하심과 거룩함을 회복하여, 더 큰 승리를 맞이할 준비를 함께 해나가야 한다.
황보국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협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