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 11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한국 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3년 만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돌연 해고 통보를 받은 직장인 ‘만수’(이병헌)가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1933∼2008)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다. 박 감독은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 만에 베니스영화제 무대를 밟는다.
‘어쩔수가없다’는 29일 밤 9시45분 베니스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상영에 앞서 박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레드카펫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놓고 ‘어쩔수가없다’를 포함해 21편이 격돌한다. 심사위원장은 영화 ‘사이드웨이’, ‘디센던트’, ‘바튼 아카데미’ 등을 연출한 미국 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맡았다.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메리 셸리의 고전을 각색한 ‘프랑켄슈타인’으로,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를 리메이크한 ‘부고니아’로 경쟁 부문을 찾는다. ‘부고니아’는 국내 투자배급사 CJ ENM이 기획개발을 주도했다. 두 감독은 각각 2017년(‘셰이프 오브 워터’), 2023년(‘가여운 것들’)로 황금사자상 수상 경력이 있다.
이 외에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가 출연한 베니 샤프디의 ‘더 스매싱 머신’, 조지 클루니, 아담 샌들러, 로라 던, 그레타 거윅이 출연한 노아 바움백의 앙상블 코미디 ‘제이 켈리’, 아담 드라이버, 케이트 블란쳇, 샬롯 램플링이 출연한 짐 자무쉬의 앤솔로지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기대를 모은다. 백악관 관료들이 미사일 공격 위협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캐서린 비글로우의 ‘어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도 경쟁 부문에 포함됐다.

비경쟁부문에도 화제작이 가득하다. 줄리아 로버츠, 앤드루 가필드가 출연한 루카 구구아다니노 감독의 ‘애프터 더 헌트’, 소피아 코폴라의 다큐멘터리 ‘마크 바이 소피아’, 베르너 헤어조크의 신작 다큐멘터리 ‘고스트 엘리펀츠’, 등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헤어조크 감독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개막식에서 헤어조크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축사한다. 베니스영화제 폐막식과 시상식은 다음 달 6일.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