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작황 부진에 축사·양식장 줄폐사
폭염·폭우·가뭄… 글로벌 식량공급 불안
물가 폭등·생산성 저하 농촌까지 황폐화
기후 적응력 높은 품종 개발·속성 재배
AI·위성기술 활용 스마트팜 보급 확대
‘식량안보’ 국제 분업 촉진해 구조 개혁
지속가능 농업 재편 공급망 안정시켜야
최근 한국은 유례없는 폭염, 기록적인 폭우가 동시에 이어지는 전례없는 기후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더위에 농산물은 작황 부진을 겪고, 가축들은 폐사하고,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업계도 피해를 보면서 농축산물 가격은 크게 올랐다. 기후위기는 어느새 ‘생존’의 문제가 됐다.
올해 11회를 맞은 세계일보의 ‘세계기후환경포럼’은 매년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주목하며 우리 삶과 환경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모색해 왔다.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올해 포럼에서는 ‘기후위기시대의 기후재난예방과 식량안보: 도전과 기회’란 주제로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식량안보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식량안보란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태’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며 국민의 삶 전반에 깊숙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단순히 식량 부족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촌 쇠퇴와 지역 소멸 등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달라진 기후 환경에 맞춘 새로운 식량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불안한 먹거리…혁신 필요
이미 농촌은 신음하고 있다. 패널로 참석한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한국은 1인당 경지면적이 작고 농지 가격은 높다.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농장주가 고령화되면서 농가 수가 감소하고, 종자 산업이 침체되면서 농식품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폭염,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은 농산물 수급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남 소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농업 기반을 위해 키워 놓은 것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안보 강화’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기후위기를 “물, 식량의 안정적 생산·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재난”으로 정의했다. 그는 “과거 경상도에서 생산되던 과일이 지금은 경기도 북부, 강원도에서 생산된다. 기후변화로 과일의 맛도 바뀌었다”며 “우리나라 농·어민은 고령화에 기후변화까지 직면해 식량 생산성,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농촌 쇠퇴와 지역 소멸을 초래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혁신이다. 홍 사장은 병해충 및 극한 기후에 적응력이 높고 속성 재배가 가능한 씨종자, 신품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저온 비축기지 확충,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와 직거래 장터 등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도 대응책으로 거론됐다. 홍 사장은 “기온이 오르면서 농작물이 상하는 기간이 단축됐다”며 “저온창고를 늘려 농산물장기보관체계를 마련하고 수급시스템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소장도 혁신과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 소장은 “자급률 목표를 높이는 데 집착하면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농업 구조 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며 “국제 분업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식량안보를 ‘다중적 네트워크’로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달라진 쌀 국내 소비량에 대처하기 위해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서 수출량이 2014년 4516t에서 지난해 4만5112t까지 증가했다. 2030년 수출 목표는 35만t에 달한다.
남 소장은 “자급률 중심에서 공급망 안정성, 지속가능성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미래 식량안보와 농업 혁신을 위한 방향 설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마트팜 보급 늘려야”
여현 순천대 교수(인공지능공학부)는 기후변화의 대응책으로 ‘스마트팜 기술 고도화’를 제시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농작물·가축·수산물 생육 환경을 자동화하고 원격으로 관리하는 첨단시스템으로, 폭염이나 병해충, 기상변화 등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또 탄소 배출 감소, 용수 절감 등으로 환경보전 효과가 있어 ‘지속가능한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해결책도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 위성 데이터 등을 앞다퉈 농업에 결합 중이다. 여 교수는 “스마트팜은 기후변화로 높아지는 농업의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다”며 “국내 농가의 스마트팜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 교수는 디지털 농업의 핵심 기반은 ‘표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리스크는 복합적이고 빠르게 발생해 단일 기술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센서·제어기·플랫폼 간 표준화를 통해 스마트농업의 통합 대응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산·학·연·관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 사장도 “스마트팜은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올해 생산량 예측 등이 가능하다”며 “국가가 나서서 통계 기반 농업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기식 세계일보 사장은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 중 식량안보 문제는 우리의 실생활은 물론 생명과 연결돼 있다”며 “AI 기반 재난예방산업 등 탄소중립 실현과 식량안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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