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서울 성동구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 여부에 관해 “서울시의회가 신설안을 승인해달라”고 촉구하며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17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 설립 추진 당시에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릎 호소’를 한 지 8년 만에 또다시 두 무릎을 바닥에 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한국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등 장애학생 학부모 100여명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진학교는 성동구 성수공고 폐교부지에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인 특수학교다. 다음 달 9일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같은 달 12일 최종 의결만 앞두고 있다. 시의회를 통과하면 설립이 본격화되지만, 성동구 일부 주민들은 특수학교 대신 일반 학교 건립을 주장 중이다.
더구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황철규 시의원(국민의힘∙성동4) 등이 반대파 주민들과 뜻을 함께하고 있어 심사가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지난 2017년 극심한 지역갈등을 불러일으킨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 사태를 똑똑히 기억한다”며 “8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또다시 그때와 판박이 상황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불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진학교는 당시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주민 설명회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무릎 호소’에 나섰고, 이후 여론의 힘을 얻어 가까스로 설립을 확정 지었다.
학부모들은 “이번 심의에서 (설립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보류를 할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짧게는 한두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까지도 걸리는 원거리 통학을 하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하루라도 앞당기려 애태우는 장애학생과 그 가족에게 날벼락 같은 소리”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특수학교 통학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특수학교 학생 4270명 중 354명(8.3%·순회교육 제외)이 등교에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등교 시간이 2시간이 넘는 학생도 9명이나 됐다. 매일 학교를 오가는 데 왕복 4시간을 쓰는 셈이다.
이들은 이어 “아직도 장애학생과 그 가족은 마음 편히 다닐 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7개 구에만 지체장애 학생 공립 특수학교가 있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동북권에는 노원구 한 곳뿐이라 성동구·동대문구·광진구·중랑구·성북구·강북구의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8곳(금천구·동대문구·성동구·양천구·영등포구·용산구·중구·중랑구)에는 특수학교가 아예 없다.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는 7개 자치구(강동구·관악구·구로구·노원구·마포구·서대문구·서초구)에 몰려 있어 동북권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장애 학생 부모들은 “이 시점에서 혹여라도 서울시의회가 심의를 미루려 한다면 묵과하지 않겠다”며 “내 집 가까이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장애학생과 그 가족을 생각한다면 절대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학부모들을 만나 “차질 없이 성진학교 설립이 진행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을 재현하게 된 것에 대해 지극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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