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영사관 발급거부 취소돼야”
“과거 행위 적절하다는 건 아냐”

가수 유승준(48·미국명 스티브 유)씨가 세 번째 비자 발급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유씨의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자 발급 거부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재량권의 일탈 남용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유씨의 입국길이 완전히 열린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이번 선고 결과가 유승준의 과거 행위가 적절하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법무부의 2002년 입국금지 결정은 무효라며 낸 입국금지 결정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공을 법무부로 넘긴 셈이다.
법무부는 이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입국금지는 법무부 장관의 재량이고 유승준이 입국했을 경우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며 입국금지 입장을 고수해왔다.
1997년 국내에서 가수로 데뷔한 유씨는 ‘가위’, ‘열정’, ‘나나나’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았으나,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당시 유씨는 입대 날짜가 확정된 상태라 해외 출국이 불가능했지만, 기간 안에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귀국보증제도를 통해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돌연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행을 포기했다.
이후 수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그는 2015년 8월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 옛 재외동포법은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더라도 38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LA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유씨는 이를 취소해달라며 첫 소송을 제기했다. 유씨는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LA 총영사관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했다. 병역 면탈로 인한 국군 장병의 사기 저하, 병역 기피 풍조의 확산 등 사회적 갈등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유씨는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냈고,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지난해 6월 또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유씨는 그해 9월 세 번째 소송을 냈다. 유씨가 세 번째 비자 발급 소송에서도 승소하면서 2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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