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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中 전승절 열병식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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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4 23:04:11 수정 : 2025-09-04 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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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 기반으로 북·중·러 한자리
시진핑, 지정학적 영향력 과시
한국에 G2 사이 균형외교 압박
李대통령의 ‘실용외교’ 시험대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천안문 망루에서 지켜본 중국 전승절 열병식이 끝났다. 대미 저항 연대를 기반으로 북·중·러 정상이 처음 함께 모인 이번 행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거행됐다. 특히 한국의 이재명정부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국익 기반의 실용 외교’를 천명하면서 미·일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성과를 거둔 가운데 중·북·러 연대가 어떻게 작용할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 환경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한다. 물론 세 나라의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전쟁 과정에서 반미·반서방 연대를 주도하고자 한다. 전승절 직전에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가 톈진(天津)에서 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러·우 전쟁 이후의 리스크관리와 북·중 관계 이상설 해소, 향후 대미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러시아로서도 지지부진한 러·우 전쟁 종식 협의 과정에서 미국에 강력히 저항하는 중국과의 반미 연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이번이 최초의 다자외교 무대였다.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와 함께 중국이 조성한 ‘반미 연대’를 통해 초청국 지도자들에게 ‘불법 핵 개발 불량국가 북한’의 외교력을 확인받으려는 효과도 노렸다. 국제무대에서 암묵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다. 김정은은 베이징 방문 전 자강도의 미사일 제조 기지를 방문해 군사 분야의 역량에도 분명한 전략적 지위가 있다는 메시지도 전파했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도 북한의 전략적 역량을 인정해 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한 전승절 행사 참석을 통해 북·러 밀착으로 인한 북·중 관계 이상설을 해소하고, 중국에 북한이 대미 협상에 유효한 카드임도 각인시키려 노력했다. 현시대를 ‘신냉전·다극화’로 규정한 북한 역시 ‘핵보유국’으로서의 독자적 지위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무대에서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도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 가장 시급한 중국의 경제지원 및 경제교류 확대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7월 1일 개장한 ‘갈마 해안관광지구’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였다. 국제제재를 회피하면서 경제 자생력을 키우는 데 매우 유효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중국은 푸틴·김정은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서는 모습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분명한 저항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 북·러에 대한 영향력 발휘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시진핑 주석이 더 큰 지정학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도 과시하였다. 미국과 북한·러시아가 중국을 제쳐 두고 서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한·미·일에 대응하는 북·중·러 구도 구축에는 표면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칫하면 또 다른 냉전의 프레임에 구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최신형 신무기 공개와 함께 미래전에 대한 중국의 유무인 복합 체계를 기반으로 한 군사적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굳건히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승절 행사는 기존의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중국의 주장과는 달리 국제사회의 분열을 상징하는 자리가 됐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 대중 압박 강화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지만 한국 정부에도 큰 숙제를 남겼다. 복잡한 다자 방정식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 시도만으로는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강대국 관계 병행 발전’이라는 새 개념으로 한·중 관계가 제3국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를 주문하고 있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핵심은 안보 확립이 기초다. 유일 동맹인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통해 북핵 위협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인 이유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기반으로 다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국의 외교 공간이 넓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기억하자.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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