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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원전 정책을 환경부에 맡겨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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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8 23:09:59 수정 : 2025-09-08 23:09:59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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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규제 부처 이관은 모순
“정책 혼선·원전 위축” 비판 적잖아
英·獨 부작용 겪고 다시 환경과 분리
이념에서 벗어나 실용적 접근 해야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이 그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인 에너지 정책 기능 대부분을 환경부로 넘겨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로 확대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해서다. 전력 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정책실과 국내 원전 정책 업무의 환경부 이관이 핵심이다. 기후부가 에너지 수급 계획과 원전 건설·운영 등에 대한 결정을 주도하고, 산업부는 원전 수출 업무만 맡게 되는 것이다.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기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우려스럽다.

 

우선 성장 동력인 에너지 정책을 규제부서에 맡기는 데 대해 적절성 논란이 뜨겁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석탄 화력 폐지 등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는 부처다. 반면 에너지 산업은 기술 개발, 수출, 산업 육성을 통해 싸고 안정적인 공급을 목표로 하는 분야다. 규제(기후·환경)와 진흥(에너지) 기능을 한 부처가 맡는 건 모순이다. 정책 혼선과 부처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물과 기름을 섞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할 만큼 여권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채희창 논설위원

원전 산업을 국내 발전 정책과 수출 정책으로 나눠 각각 다른 부처에 맡기는 건, 전 세계에 전례가 없다. 정책 이원화로 신규 원전 건설이 어려워지고 수출 경쟁력도 약화해 원전 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문재인정부 때처럼 원전 생태계가 무너질 것” “전기·가스요금이 크게 올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 등 비판이 적지 않다. 당장 해외에서 “원전을 안 지으면서 수출한다는 게 앞뒤가 맞나”라는 난감한 질문이 쇄도하지 않을까.

 

게다가 김성환 현 환경부 장관은 탈원전론자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쓰고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게 에너지 정책의 핵심 기조”라고 밝혔다. 장관이 되기 전엔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고, 원전 위주로 가는 건 산업과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기후에너지비서관도 녹색당에서 활동하면서 고리·월성 1호기 폐쇄, 신규 원전 백지화, 전기요금 50% 인상을 외쳤다. 산업계에서 “탈원전 시즌2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정책을 환경이 아니라 산업과 통합하는 추세다. 독일은 2021년 산업·에너지·기후를 합친 부서를 출범시켰지만, 에너지와 기후 관련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제조업 경쟁력이 무너지는 부작용을 겪었다. 결국 올해 5월 기후 분야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경제에너지부를 떼어냈다. 영국도 2008년 에너지와 기후를 합친 부서를 출범시킨 후 기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 전기료 폭등 등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AI 산업 육성과 반도체, 데이터 센터 등이 성과를 내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아무리 좋은 인재와 기술이 있어도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강국이 되기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 전 세계 전력 수요가 현재의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확충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다.

 

지난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원전이 31.7%, 액화천연가스와 석탄이 각각 28.1%, 재생에너지가 10.6%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석탄발전 축소가 빨라지는데 재생에너지 보급이 따라오지 못하면 전력 불안정성이 심화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신재생에너지를 믿다가 전기료가 10배 치솟은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 현실적 대안은 원전밖에 없다.

 

결국 이 대통령의 역할이 막중하다. 국가와 산업 경쟁력이란 큰 틀에서 환경과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국가 에너지 지배력 위원회’를 신설해 AI, 반도체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전략산업 지원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화했다. EU, 중국도 원전을 확충하고 있다. ‘실용적 시장주의’를 선언한 이 대통령이 이런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진짜 실용정부가 될 수 있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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