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집행 고지하자 조사에 나와
“두 차례 조사서 입장 밝혀” 침묵
박성재 영장기각 후 체포 집행
尹측 “부당한 정치적 조치” 주장
특검, 朴 구속영장 재청구 시사
조태용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도
윤석열(사진) 전 대통령이 15일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에 출석해 외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8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이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자진출석하는 형식으로 조사에 응한 것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특검이 미리 발부받아 놨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내란 특검은 이날 오전 8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는데, 교도관이 30분 전쯤 영장 발부 사실을 고지하자 윤 전 대통령이 자진(임의)출석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앞서 특검은 평양 무인기 투입 등 외환 유치 의혹 관련 조사를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지난달 24일과 30일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번번이 불응했다.

그간 내란 특검은 물론 김건희 특검팀(특검 민중기)의 강제구인 시도에도 완강히 버텼던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출석한 건 지난 7월 재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구치소 측에 피해를 주기 싫다며 자진 출석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사복 차림으로 수갑 등 보호장구를 한 채 오전 8시30분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도착했고, 오전 10시14분부터 오후 6시 51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다만 앞선 조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줄곧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외환 혐의와 관련해선 1·2차 조사에서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달 1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변호인과 출석 일정을 협의하라고 요청했음에도, 어떠한 협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며 “적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새벽에 있었던 박 전 장관의 영장 기각 결정 직후 이뤄진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라며 “절차적 정의를 무시한 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청구된 명백히 부당한 조치”라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새벽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내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법조계에선 잇단 구속영장 기각으로 특검 수사가 암초에 부딪혔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와 달리, 박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고 있어 특검으로선 더욱 뼈아픈 결과라는 것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신속히 법원 판단을 다시 받을 예정”이라고 영장 재청구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점과 관련해선 “재판 일정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을 아꼈다.
특검은 이날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2·3 비상계엄 전후 행적과 윤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을 조사했다.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안성식 전 해양경찰청 기획조정관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소형기 육군사관학교 교장(소장)도 각각 내란 부화수행 혐의 피의자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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