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등 캄보디아 군사조치 주장
김병기·김병주 “신중해야” 선긋기
재판소원은 당론 추진 재번복 사태
지지자 의식 ‘강경발언→수습’ 반복
부동산 여론 관망… 뒤늦게 TF 꾸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1일 최근 주요 의제에 대한 당내 메시지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이 캄보디아 사태와 사법개혁에 있어서는 ‘말 주워 담기’를 반복하고 있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며 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시지 전략 부재는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맞다”, “아니다” 발언 충돌
여당 내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발언은 ‘캄보디아 대상 군사적 조치’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취업사기·납치가 벌어지자 민주당 지도부에서 “캄보디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군사적 조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이언주 최고위원),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전현희 최고위원)는 발언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김병기 원내대표는 “군사 조치에 대한 것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고, 김병주 최고위원도 “군사적 조치는 고려 요소가 아니다”고 했다.
사법개혁의 일환인 ‘재판소원’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재판소원에 대해 “당론으로 발의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다음날 사법개혁특위 기자간담회에서는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정청래 대표),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는다”(한정애 정책위의장)며 ‘당론’ 여부를 번복에 재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 지도부 메시지조차 혼선을 빚는 것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생각의 차이가 아니다. 언어의 차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선 “정국 운영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선 지도부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방향은 같아도 방법론이나 속도에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여당으로서 더 철저하고 치밀하게 메시지를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의원들이 ‘각개전투’를 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의원이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책임지지 못할 발언을 하고, 다른 의원이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의 수장인 정 대표 또한 강성 지지층의 요구대로 강경한 발언을 하면서 당 지도부의 메시지가 정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지도부 발언이 너무 세다”며 “야당의 내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우리도 집권 여당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부동산 대책엔 ‘쉬쉬’
문제는 정부·여당이 힘을 모아야 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당내 메시지에 전략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정이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관망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공개회의에서 관련 발언을 한 의원은 김병기·전현희·이언주 의원뿐이다. 정 대표 등 다른 지도부 의원들은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 그마저 전 의원은 오세훈 시장 공격에, 이 의원은 공급대책 보완 필요성에 초점을 뒀다. 당정이 협의해 발표한 대책임에도 당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중진 의원은 “당정이 사전 협의해 나온 대책이기 때문에 당과 정의 공동 책임이 있다. 당은 정책의 배경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뒤늦게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TF 단장을 맡은 한정애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월까지 시·군·구별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포함하는 주택 관련 세부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론 반발이 큰 보유세 강화에 선을 그으며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여당의 전략 부재가 야당에겐 공세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이슈를 부각시켜 ‘민생 안정’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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