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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가고 싶다던 암 투병 엄마”…이정현의 미뤄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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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7 16:00:27 수정 : 2025-10-27 16:01:20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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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감독 이정현. 뉴스1

배우 겸 감독 이정현이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소박한 소원을 지켜드리지 못한 후회와 그리움의 기억을 전했다. “꽃놀이 가고 싶다”던 어머니의 말 한마디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았고, 그 미뤄진 하루는 끝내 오지 않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이야기를 자신의 감독 데뷔작에 담으며, 그는 뒤늦게 마음의 빚을 고백했다.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이정현은 10대 소녀라고 믿기 힘든 뛰어난 연기력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가수 활동까지 폭넓게 이어가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연출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단편영화 ‘꽃놀이 간다’(10월 22일 개봉)를 통해, 스크린 뒤에서 자신이 미처 전하지 못한 사랑과 후회를 이야기한다.

 

26일 방송된 SBS ‘8시 뉴스’에 출연한 이정현은 감독 데뷔 소감과 작품의 배경을 직접 밝혔다. “감독이라고 불리니 얼떨떨하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운을 뗀 그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20대 때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꿨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 진학 후 처음 만든 작품이 개봉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현의 첫 연출작이자 주연작인 ‘꽃놀이 간다’는 약 2년 전 촬영된 작품으로, ‘가족 간병’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그에게 이 주제가 남다른 이유는 어머니의 투병이었다. 이정현의 어머니는 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2021년 1월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이정현. 유튜브 채널 ‘SBS 뉴스’ 캡처

그는 방송에서 “빨리 치료해야 하루라도 더 사실 수 있는데, 엄마는 암 말기라 상관없다며 ‘내일 당장 떠나는 꽃놀이에 너무 가고 싶다’고 하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처음으로 엄마랑 크게 싸웠다. 엄마는 꽃놀이 가겠다며 거의 우셨다. 결국 병원에 모셔 와 항암치료를 받으셨지만, 돌아가시고 나서 너무 후회됐다”며 “하루 잠깐인데 꽃놀이를 보내드릴걸”이라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고 밝혔다. 이정현은 작품을 통해 그날의 후회와 그리움을 예술로 승화했다.

 

‘꽃놀이 간다’는 그의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추억담에 머물지 않는다. 이정현은 인터뷰에서 작품이 말기암을 앓는 어머니와 딸 수미의 이야기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현실을 비춘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창신동 모자 고독사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고립된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이러한 현실과 자신의 경험을 겹쳐 놓으며, 돌봄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개인의 아픔에서 출발했지만 사회의 단면까지 비추는 이 영화는 한 사람의 후회가 더 큰 질문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꽃놀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과 이별, 그리고 미뤄둔 사랑의 상징이었다.

 

이정현과 그의 모친. 이정현 인스타그램 캡처

이정현의 진심은 오래전 자신의 SNS에도 남아 있다.

 

모친상을 전한 직후 그는 “딸 다섯 중 막내라 어리광이 많았다. 결혼 전까지 함께 지내서 그런지 어머니가 더 많이 생각나고 벌써 어머니 품이 그립다”며 “투병하느라 힘드셨던 우리 엄마, 이제 천국에서 마음껏 날아다니세요. 언제나 저의 마음속에서 함께 할 우리 엄마,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연출 데뷔작으로 마음의 빚을 풀어낸 그는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감독으로서의 가능성까지 인정받았다. 또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정현은 “장편영화감독으로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두 딸의 엄마로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전했다. 첫 연출작 ‘꽃놀이 간다’를 통해 배우에서 감독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은 이정현은 작품을 계기로 가족과 삶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한층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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