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학습·가공 맞춤형 공장
삼성, 반도체 개발 주기 등 단축
현대차, 가상공간서 충돌 테스트
SK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 추진
네이버, 조선 등 산업특화 AI 개발
제조업 경쟁력 강화 기폭제 전망 중>
# 삼성전자는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원자 단위로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설계도를 그려넣는다. 극미세 공정 과정에선 ‘클린룸’에 침투한 머리카락 수천분의 1 크기 초미세먼지가 웨이퍼에 붙어 말썽을 일으키는 등 나노 단위의 오차가 반도체 수급률을 떨어뜨린다. 과거에는 이런 오차를 사람이 측정하고 분석·보정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투입돼 공정 과정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실시간 감시·보정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이용하게 되면 이런 속도가 지금보다 20배 이상 빨라져 생산 비용·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사람이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재료 조합이나 공정 조건을 개발하는 등 혁신도 기대해볼 만하다.
# 현대자동차는 2027년까지 레벨 2+ 수준의 기능 양산을 목표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경쟁사인 일본·독일 완성차 기업에 비해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현대차의 두뇌에 탑재되면 자율주행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율주행차를 직접 도로에 투입하지 않아도 한국의 도시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4개 바퀴가 시시각각 높이·각도를 조절하며 늘 수평을 유지하는 소형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MobED)를 개발하기 위해 수만시간 직접 현장학습을 시켰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이런 개발 시간·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킬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폐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구축은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 ‘AI 산업혁명’을 불러올 기폭제로 주목받는다.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공급받게 된 삼성전자·현대차·SK·네이버의 ‘AI 팩토리’가 산실 역할을 할 전망이다.
AI 팩토리란 빅데이터를 학습·가공해 그에 맞는 AI 모델 등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기업은 (자사의) AI 팩토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AI 팩토리는 AI가 반도체 공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학습한 뒤 사전 예측, 실시간 제어에 나서는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의미한다. AI가 공정별로 도움을 주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며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단계로 진화하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트윈’(가상세계에 복제해 놓은 실물)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사전에 문제 징후를 포착하는 등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팩토리를 구축하면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품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이를 모바일, 로보틱스, 가전 등 모든 제조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자사의 AI 팩토리가 만들어낸 차량 안전 관련 AI를 이용해 현실에서 수십대의 차를 부숴가며 검증하던 충돌 실험 일부를 가상공간에서 대체하는 게 가능해진다.
SK는 엔비디아의 GPU, 트지털 트윈 구축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활용해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운영, 서비스할 계획이다. AI 팩토리인 이 클라우드는 AI 학습·운영을 지원하는 대형 컴퓨팅 공간으로, 외부 기업들도 이를 이용해 자사 공장에 AI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SK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제조업 생태계의 뿌리인 중소기업까지 제조업 전반의 혁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과 에너지, 반도체 등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산업군을 전부 운영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SK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 ‘각 춘천’과 자사의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국가 주력산업의 AX(AI 대전환)를 지원할 방침이다. 조선소의 용접 불량이나 에너지 설비 고장 같은 문제를 진단·예방하는 AI 모델 등 ‘버티컬(산업 특화) AI’를 개발해 반도체·조선·에너지 분야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핵심 산업 정보와 AI 모델을 국내에 안전하게 보관·운영하는 ‘주권형 AI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가 만든 AI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AI 솔루션 팩’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CEO는 “AI 기술을 로봇이나 다른 제조 회사들에게 제공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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