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탄’ 의혹 제기에 선 그어
‘신중 요구’ 자체가 외압 자백 지적
대검 예규·통례 위배 주장도 나와
보수단체, 정 장관·노 대행 警 고발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외압’ 의혹이 제기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항소 포기는) 적절한 조처였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항소 포기가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 지키기’라는 야권의 주장에 정 장관은 단호히 선을 긋고 나섰으나, 해명이 석연찮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더 확산할 조짐이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장동 사건을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라 생각한다”며 “물론 법원 판결 내용에 일부 법리적 해석의 관점에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 수사 결과에 대해 법원이 제대로 판단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 사건 선고 3∼4일 뒤 두 번째 보고를 받고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말했고, 항소 기한 마감 직전인 7일 오후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두 차례 전달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정치적인 사건 때문에 검찰이 계속 이 사건에 매달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정 장관이 항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한 것 자체가 “사실상 외압 자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정 장관의 발언 중)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여덟 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정 장관의 의견 전달이 ‘항소 의견을 뒤집으라’는 외압이었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선 정 장관의 해명이 대검 예규와 통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검 예규에는 ‘중대범죄 등인 경우 선고형량이 구형량의 3분의 2 미만인 경우 항소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선고형량과 무관하게 ‘정의와 형평, 구체적 타당성이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항소할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예규에 ‘항소할 수 없다’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 예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항소 등 사법절차에서 추후 위법성을 따질 때 기준으로 작용한다.
대장동 사건은 범죄수익이 7800억원에 달하고 배임액이 4800억원에 달하는 등 대형 부패 사건에 해당한다.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은 예규의 해당 내용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항소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대검 예규 관련 지적에 “정의의 관점이나 형평의 관점이나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봤을 때 이 판결이 항소할 사유인가”라며 이 사건 피고인 중 한 사람인 남욱 변호사의 법정 발언을 꺼내들었다. 남 변호사는 다른 재판에서 검사가 ‘배를 가른다’는 등 협박을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는데, 이를 언급하며 수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수사 검사였던 정일권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제가 수사 과정에서 남욱 본인이나 그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말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실제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수사 검사인 홍상철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1부장은 “수사팀은 (남 변호사의 증언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이 불허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항소 포기가 이 대통령 재판을 고려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은) 이미 별개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데, (당선 이후) 중단돼 있다”며 “오히려 대통령을 고려했다면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었다”고 애써 부인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는 “항소 포기는 공범으로 재판받는 (이 대통령의 측근) 정진상, 김용, 나아가 이 대통령의 범죄행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비꼬았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정 장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검사)의 언급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의 부당개입이 명백하다”며 “철저한 수사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 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전날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정 장관과 노 대행 등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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